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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앉은 美·中, 우리 뜻 상관없이 '南北 체스판'서 큰 그림 그려
 

조선일보 

2013-04-19 

[전문가 연쇄 진단 : 한반도 정세 어디로…] [2] 미국과 중국, 어떤 대응 할까

 

서진영 사회과학원 원장과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은 18일 본사 편집국에서 북한 사태와 관련해 대담(對談)했다. 서 원장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에 미사일방어체제(MD) 철수론 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의 체스판'에서 장기를 뒀다는 것"이라며 "남북한의 의사와 관계없이 '빅 플레이어(big player)'들이 큰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게 어디로 흘러갈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영선 이사장은 "미국은 북한의 움직임을 '수사(修辭)'와 '나쁜 행동'으로 나눠서 보고 있는데 현 상황을 분석하는 데 다소 혼란을 겪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나름대로 북한에 성의를 보였는데, 북한은 오히려 작년 12월 미사일을 쏘고 올 2월엔 핵실험을 해서 상황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영(徐鎭英) 사회과학원장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2008년 정년 퇴임, 명예교수가 됐다. 중국 정치를 비롯, 미·중 관계 등을 40년 넘게 연구해왔다. 워싱턴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을 지냈다. 김영삼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이명박 정부에서 한·중 전문가 공동연구위원회 한국 측 위원장을 역임했다.

 

中, 호랑이 등 탄 젊은 김정은 못믿어… 리더십·제어력 불신
시진핑 세대는 北에 '정서적 愛情'이 없어, 싫으면 싫다 할것
천안함 때 中은 손해 美는 이득, 이번 사태도 중국엔 큰 짐

 

하영선(河英善)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지난해 8월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정년 퇴임, 명예교수가 됐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제사회를 ‘복합 변환의 세기’로 규정하며 복합 그물망(네트워크) 정책 마련을 주장해왔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장, 미국학연구소장, 한국평화학회 회장을 지냈다.

 

美, 北 위협을 '修辭'와 '나쁜행동'으로 나눠봐… 분석에 혼란
北이 핵과 경제 병진 주장하면 美는 절대 대화 나설수 없어
美, 北미사일 괌 오면 곧장 敵간주… 대응은 中과 긴밀협의


[美 'MD 완전 철수'는 없을 것]

 

―케리 국무장관의 한ㆍ중ㆍ일 3국 방문 이후, MD 철수론에 대해 혼란이 있는 것 같다.

 

하영선 "케리 장관이 방중해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만난 자리에서 좀 더 확실하게 '북한이 이런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했다. 케리 장관은 MD 중에 북한과 관련된 것은 북한의 핵위협이 소진된다면 철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본다. MD 전체에 적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란 얘기는 아니었다."

 

―미국이 현 상황을 활용해 공개적으로 B-52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훈련을 하는 것이 중국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나.

 

서진영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가장 손해를 본 것은 중국과 한국이고, 가장 이득을 본 게 미국이다. 미국은 천안함 폭침 이후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의 동력을 얻어 본격적인 아시아 정책을 진행해 왔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통해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국가는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길게 볼 때 중국의 국가 이익에 상당히 부담이 된다."

 

―중국이 북한 설득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나.

 

서진영 "중국은 '김정은 리더십'에 믿음이 없다. 젊은 지도자가 호랑이 등에 올라탔는데, 어디로 갈지, 김정은이 호랑이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인지 확신이 없다. 김정일 시대에는 풍운(風雲)을 일으키더라도 자기가 멈춰야 한다고 생각할 때 멈출 수 있었는데, 김정은은 그런 제어력이 없다고 본다."

 

[천안함때, 美 본격 아시아 회귀]

 

―케리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 이후로 미국과 북한 간 대화 가능성이 있을까.

 

하영선 "어렵다고 본다. 북한은 지난 3월 31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 병진론(竝進論)'으로 전환했다. 이는 핵개발을 계속 하겠다는 것과 동시에 경제건설도 챙기겠다는 딜레마를 쥐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반년 이상 병진론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이는 미국의 '대북 4원칙'과 부딪친다. 북한은 경제건설과 핵무력이 충돌할 때는 핵 우선으로 간다는 것인데, 미국은 이 경우 대화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이런 상황에서도 대화 창구를 만들 가능성이 있나.

 

서진영 "북한이 병진론을 들고 나온 것은 정책노선에서 경제건설의 중요성을 인정했다는 얘기다. 최고인민회의나 당 전원회의 인사개편 내용을 보면 경제 일꾼들과 군부 강경파 간에 힘의 균형이 이뤄진 것 같다. 박정희 전 대통령 스타일과도 비슷하다. 그런 의도가 있다면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

 

[오바마1기, 北 도우려다 뺨맞아]

 

―북한은 분명히 우리와는 전혀 다른 시간표를 갖고 있는데.

 

하영선 "병진이라는 게 다른 표현으로는 두 마리 토끼다. 이게 '군사·경제 병진론'이면 가능성이 있는데 '핵·경제 병진론'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 핵이 있는 한, 북한의 경제건설은 중국이 최소한으로 도와주는 것 외에는 전 세계가 도와줄 길은 없다. 북한이 자주 경제로 난관을 돌파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병진론의 역사적 운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핵'가시를 뽑아야 한다."

 

―오바마 2기가 시작되고, 시진핑의 국가주석 임기가 시작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 도발을 했다. 오바마와 시진핑은 어떤 대응을 할까.

 

서진영 "중국 지도부에게 북한과 한국 문제는 미국 문제 다음으로 중요하다.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시진핑·리커창 세대는 북한에 애정이 없다. 과거 지도자들이 북한에 갖고 있던 정서적 동질감, 애증이 없고 전략적·실용적 관점에서 본다. 북한의 비합리적인 행동에는 혐오감 같은 것도 있다. 따라서 시진핑은 북한에 싫으면 싫다고 명확히 이야기하는 수준까지는 갈 것이다. 대의명분이 있는 UN 제재결의안 같은 데 대해선 중국이 상당히 강경하게 미국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하영선 "오바마 1기 때는 북한에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싶어했고 손을 내밀었는데, 북한에서 오히려 뺨을 치는 사태가 있어서 공화당의 입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오바마 2기 출범 3주 만에 북에서 미사일을 쏘니 대북 4원칙의 우선순위를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북한과 대화하자는 이야기를 꺼낼 명분을 찾기가 미국 내부적으로 어려운 분위기다."

 

하영선(왼쪽)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과 서진영 사회과학원장이 18일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대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주완중 기자


―이번 사태에 미국과 중국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나.

 

하영선 "우리로선 한국식 MD, 재래식 무기 확대, 미국의 확장된 핵 억지력이 3박자로 가야 합리적이다. 전술핵 배치 등의 주장은 오히려 우리의 온몸이 망가지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둘째로는 경제 제재 분야가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이다. 이를 공고히 하면서 북한의 노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화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서진영 "동의한다.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것이 북한 스스로가 하기 전에는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체질 변화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쏠 가능성이 있는데, 만약 괌 인근에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하영선 "미국 입장에서는 미사일이 날아왔다고 하면 곧장 적(敵)으로 간주, 당연히 대응할 것이다. 다만 대응할 때 그 범위가 북한의 역공격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치밀히 검토할 것이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굉장히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다."

 

서진영 "북한이 괌을 목표로 미사일을 쏘고, 미국이 거기에 어떻게 반격하느냐에 대해서는 중국이 가타부타하지 못할 것이다. 괌을 목표로 미사일을 쏜다는 것은 거의 북한 체제의 자살이라고 봐야 한다."

 

[괌 목표 미사일은 北의 자살]

 

―박근혜 대통령이 5월 초 방미한다. 정상 외교를 통해서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하영선 "시진핑이 언급한 '중국의 꿈(中國夢)' 때문인지 '꿈'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케리 장관도 일본을 방문, '퍼시픽 드림(pacific dream)'을 이야기했다. 박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북한 문제를 포괄해서 한반도, 동아시아, 세계에 대해 가진 꿈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미국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너무 순진하지 않으냐는 느낌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군사적·경제적·외교안보적 대응에 대한 총체적인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서진영 "한ㆍ미 정상회담을 통해서 한반도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합의가 있어야 한다. 중국과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우리의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설득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적으로 갈 수 있을지 설득해야 한다. 그 프로세스는 상당히 긴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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