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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역사 속의 젊은 그들
 

2013-04-08 

《역사 속의 젊은 그들》은 지난 2010년 3월 3일부터 29일까지 총 8회에 걸쳐 "역사 속의 젊은 그들 : 18세기 실학파에서 21세기 복합파까지"를 주제로 진행되었던 [2010 EAI 사회과학 대강좌]의 내용을 담은 책이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열악한 한국의 현실 속에서 세계열강에 둘러싸인 젊은 그들은 어떻게 외교 강국의 길을 찾았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하는 이 책은 18세기 ‘북학파’에서 21세기 ‘복합파’까지 우리 역사에서 한국 외교의 길을 개척한 선각자 여덟 명의 인물 탐구를 통해서 오늘날 한국의 국제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지은이는 탁월한 식견과 광범위한 사료 조사를 바탕으로 익히 알려진 역사적 인물들의 명성에 비해 가려져 있던 국제 관계에 대한 그들의 업적과 시대적 의미를 재발견하고, 오늘날의 한국 현실과 연결 지어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본문 中 “강의를 시작하며: 미래 속의 젊은 우리들”

 

제가 앞으로 펼쳐 나갈 여덟 마당이 남이 보기엔 제 전공이 아닙니다만, 큰 걱정을 하지 않고 무대에 섰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특별히 이야기를 만들어서 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덟 명의 주인공이 간절히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바쁜 저녁 시간에 와 주신 여러분께 대신 전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풀어 나가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여 년간 지적 연애의 대상이었던 주인공들을 제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으며, 또 그들이 저에게 무슨 이야기를 속삭여 주었는가를 혼자 가슴에 묻는 것이 사랑의 미덕이며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 자리에서 속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어 조금은 부담스럽습니다. 따라서 통상적인 강의 대신 제가 어떻게 이 주인공들과 지적 연애를 하게 되었으며, 각각의 만남에서 제가 들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그리고 그것이 결국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여덟 번에 걸쳐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제가 가슴으로 느꼈던 떨림이 혹시 여러분의 가슴에도 전달된다면 이 강연은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그들’의 한자어인 ‘청년(靑年)’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애정을 표현해 왔습니다. 근래로 접어드는 시기에 청년이란 단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일본이었습니다. 도쿠토미 소호(德富蘇峰)는 한국과는 악연이지만 일본 역사에서는 꽤 중요한 인물입니다. 1880년대 중반 도쿠토미 소호는 메이지 유신 이후의 일본이 구일본에서 신일본으로 변모하려면 젊은 사람들에게 기대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젊은 세대는 청년이 아니라 ‘장사(壯士)’의 모습으로 정계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장사’는 천하장사처럼 좋은 뜻으로 사용될 때도 있습니다만, 전통적으로 부정적인 의미가 강해서, 폭력적이고 문제를 사리에 맞게 처리하지 않는 그룹들을 일컬어 장사라고 불렀습니다. 도쿠토미 소호가 신일본을 위해서는 노인이나 장사 대신 청년이라고 부를 새로운 세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뒤, 1890년대 후반 들어 청년이라는 말이 정치적인 의미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담당해야 하는 세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다음 세대에 대한 꿈과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우리의 경우도 1890년대 독립신문을 보면 청년이라는 표현이 간헐적으로 등장합니다만, 대체로 애국 계몽기부터 청년이라는 표현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하고, 1910년에 나라가 없어지는 설움 속에 유일하게 남은 희망인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청년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자주 사용됩니다. 중국도 중국 공산당 초기에 천두슈(陳獨秀)의 잡지가 처음에는 <청년잡지>로, 시간이 지나서는 <신청년>(新靑年)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늙은 우리들이 보다 상상력 있고 역동적인 실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를 대신할 젊은 세대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진행됐으며, 그것을 오늘날에도 이어 갈 수는 없을까 하는 질문 때문에 저는 역사 속의 젊은 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임진왜란(1592~1598)과 병자호란(1636~1637)을 치르고 1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18세기 말이 우리에게는 역사적 기회였습니다. 늙은 세대들이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들이 기울인 노력을 발견하기 위해 18세기부터 20세기 상반기까지 현실에 함몰되지 않고 꿈을 실천해 보려는 용기를 가졌던 사람들을 50~60명 골랐습니다. 이들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우리가 당면한 역사의 과제를 풀어 보려고 노력했던 이들입니다. 제 강의는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서, 18세기 후반의 실학에서 두 명, 19세기 개화기에서 두 명, 일제 강점기의 두 명, 다시 20세기와 21세기의 두 명을 뽑아 여덟 개의 이야기를 소개할 것입니다. 그 이야기 속 여덟 명의 주인공들은 과거의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노력을 보여 줄 것입니다. 우리가 ‘미래 속의 늙은 우리’대신 ‘미래 속의 젊은 우리’들을 만날 수 있다면, 21세기 한반도는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목차

강의를 시작하며: 미래 속의 젊은 우리들

제1강 연암 박지원의 중국 바로 보기

제2강 다산 정약용의 좌절한 정치 개혁

제3강 환재 박규수의 개화파 사랑방

제4강 구당 유길준의 삼중 어려움

제5강 약영 김양수의 미완성 식민지 국제정치학

제6강 민세 안재홍의 실패한 20세기 복합론

제7강 동주 이용희와 한국 국제정치학

제8강 복합파의 암호 풀기 : 21세기 세계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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