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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미 공조로 냉전구조 해체를
 

문화일보 

1999-01-13 

미국의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이 한국과의 제30차 연례안보협의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다. 북한의 금천리 핵의혹 지하시설 사찰과 대포동 1호 다단계 로켓의 실험발사 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의 위기 가능성에 대한 낙관론, 비관론, 그리고 신중론이 국내외에서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열리게 된 한·미 군사 당국자간의 협의회의는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회의는 연례적으로 협의해온 의제 이외에 금창리와 대포동 1호 문제를 핵심의제로 다루게 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지난 4일 금년 첫 국가안보회의에서 안보3대원칙을 밝히면서 북한의 금창리 핵의혹 지하시설과 대포동 1호 재발사 등의 현안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이러한 한반도 안보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포괄적 접근을 통한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리 정부 입장에 대한 미국과의 군사적 공조를 연례협의회의에서 모색하기 위해서는 한·미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조절하기 위한 신중한 노력이 필요하다.


21세기 국가목표로서 사상정치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을 기반으로 하는 ‘강성대국’을 추진하는 북한은 금창리 지하시설과 대포동 1호의 경우에도 사상·군사·경제의 3중적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북한은 이를 추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대화와 협상의 평화외교뿐만 아니라, 군사적 수단의 사용 의도를 보여주는 위협외교, 더 나아가 조직적 폭력수단을 실제로 사용하는 전쟁외교 직전까지를 시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북한이 금창리와 대포동 1호 등의 문제로 평화외교에서 점차 위협외교를 거쳐 전쟁외교의 가능성까지 시도할 경우, 한국과 미국의 이에 대한 군사적 공조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북한의 금창리와 대포동 1호 문제를 1차적으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금지와 같은 지구적 평화문제로 고려하고, 2차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문제로 보는 미국은 북한의 위협, 전쟁외교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 반면에, 이 문제를 1차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문제로 보고, 2차적으로 지구적 평화의 문제로 간주하는 한국은 보다 소극적 대응을 보일 가능성이 짙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의 진정한 공조는 한반도의 평화와 지구적 평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화외교를 중시하되 동시에 북한의 위협·전쟁외교를 비현실화시키기 위해 방어적 위협, 전쟁외교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북한의 금창리와 대포동 1호 문제에 대한 한·미 공조체제의 마련과 함께 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포괄적 접근을 통한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를 위한 한·미 공조의 문제다. 이 문제는 특별히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왜냐하면, 해체의 내용과 순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지난 정부 초기에 커다란 문제를 야기했던 ‘민족이 동맹에 우선하는가’ 하는 질문과 만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냉전시기 이래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를 위해서는 반외세 자주화와 반파쇼 민주화의 기반 위에 남북한의 정치적 화해와 군사적 평화를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특히 한반도 평화구조를 위해서는 남북불가침선언, 북·미 평화협정, 남북 군비축소, 주한미군 철수를 단계적으로 실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논리는 진정한 의미의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가 아니라 남한체제의 일방적 해체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세계 차원의 탈냉전의 변화 속에서도 냉전적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남북한이 진정한 냉전구조의 해체를 맞이하기 위한 첫 출발은 국내체제의 민주화 개혁이며, 그 중에서도 북한의 내부개혁 없이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작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미 공조하에 이루어져야 할 냉전구조 해체의 다음 단계는 남북관계의 적대관계를 화해단계로 전환시키기 위한 정치적·법적 신뢰 구축, 군사적 신뢰 구축, 군비 통제, 남북한 평화협정, 그리고 주변국가들의 평화보장이다. 냉전구조 해체의 마지막 단계로서 한반도의 탈냉전 구조 구축과 함께 동북아시아 전체의 탈냉전 구조 구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세력 균형자로서의 공정한 역할, 중국의 비패권국화, 일본의 비군사대국화, 동북아시아의 지역 협력 안보체제의 구축 등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이러한 3단계 작업을 위해 튼튼한 공조체제를 마련할 수 있을 때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는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하영선·서울대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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