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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1999년의 남북관계 ;당국간대화 집착말길;냉철한 현실인식부터
 

조선일보 

1999-01-06 

새해를 맞이하여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우리 정부는 새해 첫 국가 안보회의를 통해, 1999년의 남북관계에 대한 신년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의 신년 구상과는 달리, 우리가 겪게 될 남북관계의 1999년은 북한 당국이 그리고 있는 것도, 우리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것도 아닌, 제3의 1999년일 가능성이 높다.


우선 남북 당국간 대화의 어려움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의 교류협력의 활성화에 힘입어 올해에는 남북 당국간 대화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을 보면, 예년과 마찬가지로 당국간 대화상대의 3대 전제조건으로서, 반외세 자주, 연공연북(연공연북), 그리고 국가보안법-통일부-안기부 등 「파쇼」 제도의 철폐와 해체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속에서 우리 정부가 현실적 대안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원하지 않는 당국간 대화가 아니라, 형식상으로는 비당국간 대화이나 내용상으로는 당국간 대화의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지역 및 국제단위체를 포함하는 초국가 단위체와 지방 및 비정부 단위체를 포함하는 하위 국가단위체를 최대한 활용하여 남북대화의 복합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의 어려움이다.


우리 정부는 새해에 민간분야의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확대를 위한 지속적 지원과 이산가족문제 해결과 대북 농업개발 지원의 적극 추진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북한의 「강성대국」 건설의 방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북한은 「강성대국」의 세 번째 기반인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제일 먼저 농업생산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대북농업개발 지원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북한은 「강성대국」의 첫 번째 기반인 사상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 자본주의 황색바람이나 사소한 비계급적 요소도 허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노력이 일정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으며, 특히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동시에 북한은 「강성대국」의 두 번째 기반으로서 군사강국을 건설하기 위해 「모든 인민군 장병들을 적에 대한 불타는 증오심과 비타협적인 투쟁정신을 지니고 계급적 원수들과 끝까지 싸우는 사나운 맹호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교류협력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어려움이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북한의 금창리 지하 의혹시설과 미사일 실험 등의 현안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이러한 한반도 안보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 포괄적 접근을 통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창리 지하 의혹시설 사찰을 둘러싸고 「강성대국론」으로 무장한 북한과, 제네바 핵 합의 이후 지난 4년 간의 포용정책의 실험에 지친 미국은 상당한 수준의 위협외교를 배제하고 있지 않아 앞으로의 사태 진전에 대한 조심스러운 검토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장기 포괄적 접근을 통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노력은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측은 이 문제의 핵심을 주한미군의 철수와 북-미 평화협정으로 보고 있다는 점, 국제정치의 역사적 교훈을 되돌아 보면 북한의 내부개혁 없는 일괄타결안은 끊임없는 일괄타결의 악순환이라는 비극을 탄생시킬 뿐이라는 점이다.


3대 난관을 극복하고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남북관계의 분석 위에 신중한 정책구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영선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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