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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일 군사협력과 동북아
 

동아일보 

1995-10-05 

○새 안보질서 세워야


지구전체를 뒤덮고 있던 냉전의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는 아직까지도 냉전의 차가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탈냉전속의 냉전을 치르고 있는 동북아가 성공적으로 탈냉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냉전시기에 형성되었던 미소중심의 지역안보질서 대신에 탈냉전의 새로운 지역안보질서를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동북아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의 신안보질서 마련은 다양한 쌍무관계의 재조정과 새로운 다자간의 협력안보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일군사관계의 재조정문제는 대단히 조심스러우나 풀어야만 할 대표적 과제중 하나다.


한국해군의 훈련함대가 상호 교류의 일환으로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이래 최근 일본언론의 한일공군 교류방안 검토에 관한 보도에 이르기까지 한일군사교류의 논의가 조심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한일 군사협력이 보다 본격화되기 이전에 협력의 기본원칙과 방향에 대한 신중하고 폭 넓은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한일 군사협력은 단순한 한일간의 군사문제가 아니라 아태지역안보질서의 문제이며, 한반도안보의 문제이며, 동시에 한국과 일본의 국내정치문제라는 복합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군사협력이 아태지역안보질서 차원에서 가지는 중요성은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아태지역 개입과 확대라는 탈냉전 안보전략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동아시아태평양 군사전략은 우선적으로 일본을 선두로 한 기존의 동맹 우호관계를 강화하고, 다음으로 지역안보구상을 모색하며 더 나아가서는 러시아 중국 베트남의 시장민주주의화를 통해 관계개선을 확대하며, 북한과의 기본 합의를 실천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미국주도의 차별적 미 일 중 3각관계속에서 한일 군사협력은 미묘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불안정한 지역질서의 안정을 위해서 미국의 지역질서유지의 역할은 활용하되 무리한 경비지출은 피해야 한다. 또 일본이 정치대국화하지 못하게 군사적 역할의 비대화를 막아야 하며 동시에 중국을 소외시키지 말고 품어야 한다. 따라서 한일 군사협력은 이러한 3중 목적을 충분히 고려한 속에 지역질서의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일 역할 최소화 필요


미―북한관계는 우여곡절속에서 점진적인 관계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나 남북한관계의 동시적 개선 전망은 단기적으로는 어둡다. 이러한 어려움속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억지기능은 지속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억지기능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그리고 미국이 보조적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 안보를 위한 일본의 역할은 가능한 한 최소화 되어야 한다.


한일 군사협력은 불행한 과거때문에단순한 군사문제를 넘어선 한국과 일본의 국내문제이므로 한국과 일본의 비군사적 협력이 보다 만족스럽게 추진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아시아 태평양질서의 평화를 위한 한일군사협력은 현실적인 가능성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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