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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협상전략 심층분석을 - 지나친 낙관­비관론은 금물
 

조선일보 

1994-02-24 

김영삼정부가 출범하자 마자 부딪혀야 했던 북한의 NPT 탈퇴는 정부로 하여금 지난 한해 내내 해결에 골몰케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문제는 쉽사리 풀리지 않았고, 작년 3월 이전 수준, 즉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신정부가 문제해결에 역불급이었던 이유는 우선 북한 핵문제의 복합적 성격에 대한 종합적 인식과 대응책 마련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았던 데 있다. 북한 핵문제는 우리에게는 한반도 안보의 문제이고, 북한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고, 미국에게는 핵 확산금지의 문제이다. 이러한 3중구조를 동시에 풀어나갈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 일괄타결­포괄적 접근­철저하고 광범위한 접근 등으로 표현되는 해결방식이 논의돼 왔으나, 아직까지 3차 방정식의 해법을 마련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신정부가 북한의 핵협상 전략을 심층적으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은 우리가 쉽사리 생각할 수 있는 근대적 의미의 외교를 수행하는 「보통국가」는 아니다. 북한의 대외관계나 대남정책은 북한 나름의 독특한 사고의 틀과 행동양식에 기반하여 진행돼왔다. 북­미 회담을 중심으로 진행돼온 핵 협상과정에서도 북한은 자신들 카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반대로 상대방 카드의 효율성을 극소화시켜왔다. 자신의 핵카드를 가능한 한 세분화하고 반복해서 사용하고,상대방의 위협카드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위협카드로 양보를 얻어내는 방법인것이다. 북한의 이런 협상전략을 심층적으로 읽어내지 못한 반면, 자신의 협상전략은 쉽게 노출시킴으로써, 우리 정부와 미국은 「협상과 제재의 효율적 활용」에 한계를 노출했다. 김영삼정부의 대북 핵정책이 보여준 또 하나의 약점은 정부내에 북한 변화의 가능성과 속도에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북한관」의 미묘한 편차는 협상과정에서 지나친 낙관론과 비관론의 혼란을 불러일으켜 상대적으로 협상력의 약화를 가져왔다.


지난 한해동안의 핵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제재있는 대화」보다는 「대화있는 제재」가 보다 효율적이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핵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은 협상을 넘어서서 북한의 국내 개혁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하나, 북한은 아직 개혁 이전의 단계에 놓여있다는 것이다.정부는 지난 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복합적 해법의 개발과 고도의 협상 전략을 짜야 하며, 동시에 핵문제는 핵심적으로 북한의 개혁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것이다. 〈서울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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