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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열린 민족주의」로
 

조선일보 

1991-12-03 

○고립주의 벗어나자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세계질서를 주도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소박한 국제주의나 폐쇄적인 고립주의를 넘어서서 열린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적극적인 국제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북한의 핵정책으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한 속에서 베이커 미국무장관은 미국과 일본을 중심축으로 원을 그리는 신아시아정책의 골격을 밝히면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해결을 돕기위해 「2+4」와 같은 다자적 협조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언론은 미국의 이러한 시사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9세기 중반이래 국내 정치세력이 외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외세가 국내 정치세력을 이용해 온 역사를 살아온 우리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의 다자적 접근은 보다 냉정한 입장에서 그 손익을 계산해야만 한다. 이러한 경우에 한반도 문제는 보다 세부적으로 평화와 통일의 문제로 나누어서 검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핵무기나 신뢰구축 및 군비축소와 같은 평화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한반도와 주변 관계국의 이해가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으나 한반도의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와 주변 관계국의 이해가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통일 문제에 대한 다자적 접근의 주도적 역할은 한반도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우므로 마땅히 부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가 당면하고 있는 핵무기 문제와 신뢰구축 및 군축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는 주변 관계국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변국가 활용을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는 제1단계의 부시 대통령의 9·28 신핵정책에 따른 한국내의 전술핵무기 철수,제2단계의 노 대통령의 11·8 비핵 5원칙선언에 따른 한국의 실질적인 비핵화에 이어 제3단계의 주변관계국들의 북한에 대한 외교­경제적 압력을 통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현재의 남북한 관계와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한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문제를 풀기 위해서 한국의 일방적 또는 남북한의 양자적 접근을 넘어서 적극적인 다자적 접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북 고위급회담의 현안 문제가 되고 있는 불가침 선언을 포함한 신뢰구축 및 군축문제도 남북한이 자신들의 기본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양자적 접근을 통한 해결책의 모색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국은 새로운 돌파구로서 주변 관계국과의 긴밀한 협조속에 한반도의 평화문제를 동북아 신뢰구축 및 군비축소의 일부로서 풀어나가는 다자적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평화문제가 국제적 접근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풀려나갈 수 있을때 우리는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자접근 어려워


열린 민족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국제정치의 모색은 한반도의 당면과제인 평화통일을 위해서 중요할 뿐만아니라 21세기의 숙제를 풀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우리가 21세기에 맞이하게될 전쟁과 평화,빈곤과 풍요,지식과 무지,자연과 공해의 문제들은 더 이상 닫힌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국제정치로서는 풀려지기 어렵다.


따라서 21세기의 주도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열린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21세기의 문제를 풀기 위한 국내적,지역적,그리고 세계적 노력을 조화있게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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