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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21세기 「일본대책」
 

조선일보 

1991-10-10 

○동북아의 새질서


중국적 천하질서속에서 오랫동안 익숙한 삶을 살아왔던 우리의 선조들은 19세기 중반에 유럽적 국제질서의 충격을 성공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결국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었어야 했다.


여러가지 우여곡절끝에 서양의 근대국제질서에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속에 우리들은 다시한번 새로운 세계 질서의 충격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시점에서 본다면 우리들은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밖의 심각성을 피상적으로 받아 들이고 새로운 변화를 과거의 시각으로 대응하려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서 동북아 국제질서를 새롭게 파악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변화들을 특히 주목하여야 한다.


첫째,미­소중심의 동북아질서가 미­일중심의 동북아질서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동북아질서 파악에서 시급히 시정해야 할 것은 소련의 상대적 과대평가와 일본의 상대적 과소평가이다. 정부언론 및 학계는 북방정책의 들뜬 분위기를 넘어서서 소련의 21세기 국제정치적 위상을 식힌 머리로 차갑게 계산하여야만 한다.


소련은 최근에 겪고 있는 국내정치와 경제의 어려움속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것과 같이 더이상 미국과 같은 국제질서의 주도국 역할을 수행하기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모습으로 형성되고 있는 소련의 군사력,경제력,그리고 기술 및 정보력은 21세기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유럽수준의 강대국의 위치를 넘어서기 어렵다.


동북아질서에서도 소련은 소련극동군의 역할은 약화되고 시베리아개발 등을 위한 경제협력의 필요성은 증가하고 기술 및 정보력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속에서 냉전기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동북아질서의 영향을 받는면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이다.


○소역할 대신 조짐


반면에 일본의 국력은 21세기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세계질서를 주도할 수 있는 초강대국의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다만 일본이 세계적 수준에서 소련이 남겨놓은 공백을 대신 메우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화적 편협성을 넘어서서 대국근성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습득하고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경제대국의 일본이 세계질서의 주도국이 될는지는 앞으로 풀여야 할 숙제이나 동북아질서에서는 이미 미국과 함께 주도국의 위치에 있으며 탈냉전의 전개와 함께 소련을 대신하여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둘째,동북아질서에서 군사력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경제력 그리고 기술­정보력의 중요성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21세기적 변화가 이미 동북아 질서내에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군사중심적 사고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뒤늦게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 군사대국화 논의도 이러한 한계를 잘보여 주고있다. 경제대국의 일본이 21세기 세계의 주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군사대국보다는 기술­정보대국이 되기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다 심각하게 주목해야 할 것은 일본의 군사대국화 이전에 기술­정보대국화임을 명심해야 한다.


○일은 기술­정보대국


이러한 변화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21세기의 한반도와 동북아질서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일본문제이다.


이 문제를 성공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는 19세기의 역사적 체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 국가들의 국내적 노력과 세력균형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면에서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할은 보다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일본문제를 21세기의 방법으로 풀기 위해서는 세계의 평화와 번영,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일본의 평화와 번영을 하나로 만들수 있는 사고와 제도의 창출이 동북아 차원에서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서울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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