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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21세기 한반도」
 

조선일보 

1991-09-13 

○새 통일모델의 준비


해마다 한여름이면 태양이 이글거리는 무더위속에서 우리는 통일의 열병을 앓았다. 지난 8월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북한이 각각 주장한 통일대행진과 범민족대회가 서로 평행선을 그리면서 별다른 성과없이,진정으로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또 한번의 상처만을 남기고 지나가 버렸다.


곧 찾아올 가을의 선선함 속에서 우리는 머리와 가슴을 식히고 이러한 통일의 열병에 대해서 공곰이 생각해 보아야한다.


우리보다 훨씬 건강한 성인의 모습을 갖춘 남들은 다가오는 21세기에도 오늘의 건장을 유지하기 위하여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반면에 아직 충분히 건강할 만큼 성장하지도 못한 우리들은 통일의 열병속에서 과거의 청산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비생산적 통일의 열병을 생산적 통일의 열기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기성세대와 특히 젊은 세대들이 통일의 문제에 대한 19세기적 발상에서 21세기적 발상으로의 과감한 전환을 해야만 한다.


21세기의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한반도에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주도적으로 새 역사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과거지향적 통일의 모색만으로는 불가능하며,21세기의 생존과 번영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미래지향적 통일을 추구해야만 한다.


21세기적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한의 기존 국내체제를 넘어선 새로운 국내체제의 건설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21세기를 앞두고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 경적화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삶의 양식이 모두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속에서 세계는 21세기의 삶의 양식에 바림직한 체제는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다.


○스웨던 변화 주목을


남북한의 전혀 다른 체제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다른 누구보다도 21세기의 체제모델에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이 문제를 위해서는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소련과 동구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21세기의 체제 모델로서 축복받아 왔던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 이념적으로는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사회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을 결합해 보려는 스웨덴의 실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당당한 성공을 거둠으로써 동­서 양진영의 많은 나라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었다.


그러나 스웨덴은 1980년대에 들어서서 사회 공공투자의 비대,사회복지 제도의 급격한 팽창,세금부담의 과중,인플레이션,국제경쟁력의약화 등으로 어려움을 격게되고 따라서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는 1990년에대에 들어서서 제4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새로운 진통을 겪고 있다.


한반도의 우리들은 자본주의 사회주의,그리고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적 체험을 염두에 두고 21세기에 걸맞은 우리나름의 제4의 길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마음으로 21세기적 통일을 위해서는 전세계적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21세기 국제정치의 새로운 단위체의 형성이라는 시각에서 통일을 생각하여 한다.


○제4의 길 검토해야


근대 국제체제의 핵심단위로 등장한 민족국가는 21세기를 맞이하면서 국내적 차원의 갈등과 국제적 차원의 갈등을 성공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하고 복합적인 단위체로 전개되어 나가게 될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우리들도오 남북한 각각의 내부적 갈등,남북한간의 갈등,그리고 국제적 갈등을 조화시킬수 있는 21세기적 연방단위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와같이 남북한의 각각 21세기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기울일때 통일은 미래를 위한 하나의 정검다리로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것이다.<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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