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ct    
[아침논단] 정상회담이 남긴 과제
 

조선일보 

1991-07-09 

○세계 신질서 모색


노태우대통령의 미국 및 캐나다 공식방문의 성과에 대해 국내에서 많은 논의가 일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노대통령의 정상외교가 남긴 숙제는 무엇이며,또 우리가 그 숙제를 얼마나 빨리,그리고 정확하게 풀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노대통령의 미국 및 캐나다 정상과의 만남에서 이루어진 주요 토의내용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문제,아시아­태평양연안 국가들의 협력문제,새로운 세계질서의 문제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한국 및 아시아가 당면하고 있는 이러한 3대 과제에 대해서 이번의 정상외교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룬 것은 분명하나 동시에 다음과 같은 숙제를 시급히 풀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보다 장기적인 신세계질서 외교를 모색하여야 한다. 국내의 신세계질서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는 탈냉전질서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탈냉전의 세계사적 전개는 근대국제체제의 자기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모색으로서 받아들여져야 한다.


따라서 탈냉전질서에 대한 수동적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는 북방정책이나 미­소 균형외교정책은 신세계질서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책이 되기는 어렵다. 신세계질서에 대한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위해서는 첫째,평면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쌍무외교나 다각외교를 넘어서서 세계가 한반도속에 투영되고,동시에 한반도가 세계속에 투영되는 4차원의 세계정책을 모색하여야 한다.


둘째,신세계질서의 중심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근대국가들이 전통적으로 추구하여 왔던 부국강병이라는 목표를 넘어서서 기술정보대국을 지향하여야 한다.


두번째 숙제는 보다 수평적인 아­태 협력외교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초의 보다 수평적인 아태 또는 동북아질서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20세기초의 동북아질서를 조심스럽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20세기초의 동북아 국제질서는 노­일전쟁의 결과에 따라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깨어진 「공노의식」


첫째,동북아 국제질서의 기저를 이루고 있던 「공노의식」이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게 되었다. 둘째,동북아에서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한 영­일 동맹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감소하였다.


셋째,일본은 동북아에서 영­노의 대결구조가 깨지는 속에서 동북아 질서의 주도국가로서 등장하게 되고 조선반도를 식민지화 하였다.


20세기말의 동북아 국제질서는 소련의 국내 정치­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동북아 국제질서의 기저를 이루고 있던 「소련의 위협」이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되었다. 또 동북아에서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한 미­일 동맹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일본은 동북아에서 미­소의 대결구조가 깨지는 속에서 미국의 상대적 쇠퇴가 지속된다면 동북아 질서의 주도국가로 등장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20세기초에 뼈아픈 역사적 체험을 겪은 한국으로서는 21세기초의 보다 수평적인 동북아 국제질서의 구축은 누구보다도 절실한 문제로,이를 위해서는 고전적인 세력균형의 모색만으로는 부족하며 4차원의 시각에서 시간과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탈근대적인 동북아질서의 모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보다 실천적인 통일외교를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남북한 관계는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에 이어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와의 전면 핵안전협정이 구체화됨에 따라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


물론 북한의 현재까지의 변화는 「소련의 충격」을 흡수하기위해 진행되고 있는 한국을 제외한 자본주의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4차원 외교 시급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변화를 궁극적으로 남북한 관계의 변화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나름의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과 통일방안의 보다 적극적인 신사고가 과거 어느때 보다도 필요한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남북한의 국내개혁과 함께 이러한 신사고가 동북아 주변국가들의 협조속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다면 한반도 통일의 여명은 밝아올 것이다.<서울대교수·국제정치학>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