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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군 감축과 우리의 대응
 

동아일보 

1990-02-02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감군계획 발표와 함께 우리는 1945년의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래 다섯번째 감군 내지는 철군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한반도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우리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하는 어려움에 부닥치고 있다.

 

이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첫째,오늘의 주한미군 감군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하며 둘째,주한미군의 감축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셋째,우리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이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1990년의 주한미군 감축 성격을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를 단순히 한미군사 관계의 틀속에서만 이해하려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1945년이래 미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현대 국제체제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초강대국들의 탈 현대 국제체제의 모색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미국은 1980년대 중반이래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쇠퇴를 회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미국의 전세계적 차원에서의 군사적 기반을 보다 경제적으로 운영해 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감축은 1차적으로 국방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감군의 성격을 띠고 있다.

 

늘어날 국방예산

 

그러나 2차적으로 주목하여야 할 것은 주한미군의 감축에는 1980년대말 이래 현실적으로 구체화 되는 미소간의 데탕트가 핵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미소간에 이루어진 몰타 정상회담 이후 미소의 빠른 관계개선은 1차적으로 국방예산의 절감을 위한 주한미군의 감축을 보다 본격적으로 세계전략 재편에 따른 주한미군의 감축으로 확산시킬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감축은 우리들의 삶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첫째,새로운 동북아 국제질서의 형성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 베트남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있는 소련은 국내의 정치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동아시아의 군사적 기반의 재편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속에서 이루어지는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은 미소의 동북아 군축 논의의 가능성을 높여주게 될 것이다.

 

둘째,국방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현재의 주한미군 감축계획은 실질적인 전력의 감소를 가져오지 않으므로 한반도의 평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의 세계 전략재편에 따른 감군이 이루어지는 경우 이에 대한 충분한 보완조치가 강구되지 않으면 한반도의 평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셋째,주한미군의 감축이 국내체제에 미치는 영향은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영향력 감소와 군사논리의 강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주한미군 유지비 분담의 증가와 국방예산의 증가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한반도에서 우리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주한미군 철군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극소화하는 다음과 같은 주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주한미군의 감축 내지는 철군은 반드시 한반도의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국방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감군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과 연계시키지 못한채 이미 구체화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세계전략 재편에 따른 감군의 경우에는 한국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주도권을 가지고 미국과 소련의 도움을 얻어 북한과 주한미군의 감군 내지는 철군을 위한 조건으로서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방안을 추구하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진행되는 과정중에는 한반도에서 이해의 갈등이 군사적으로 해결되지 않도록 충분한 억지력을 유지하여야 할것이다.

 

민주화 기여하게

 

둘째,주한미군의 감축은 한국의 상대적 자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감군의 성격 규모 시기를 정확하게 전망하여 불필요한 저자세 외교를 벗어나야 한다. 특히 현안 문제인 방위비 분담의 경우에 미국은 미국과 소련의 동북아 국제체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이중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군도 세계 또는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위험성이 높은 군사적 충돌을 막는 이중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방위비 분담을 하여야 할 입장이기 보다는 받아야 할 입장이다. 더 나아가서 장기적으로는 자주국방을 위한 노력을 통해 감군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주한미군의 철수는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1970년대의 주한미군 감축이 권위주의 체제의 강화를 가져온 역사적 교훈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함께 주한미군의 감축을 이룸으로써 군사논리의 강화를 배제하여야 한다. <서울대교수ㆍ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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