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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北核 해결은 21세기적으로
 

중앙일보 

2003-05-08 

한.미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회담의 주요 의제로서 21세기 한.미동맹, 북핵 문제, 경제협력이 예상되고 있지만 만남의 성패는 북핵 문제 해결의 국제공조 마련에 핵심적으로 달려 있다.  이 문제의 난이도는 우리 정부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 구체적 예가 지난 4월 23일 베이징 3자회담이었다. 베이징의 4월 23일 하루는 같은 하루임에도 불구하고 북한.미국, 그리고 한국 당국자들의 눈에는 전혀 다른 하루로 비춰지고 있다.     북한의 눈에 비친 베이징회담  우선 북한의 눈에 비친 베이징의 4월 23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그날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조선반도 핵문제의 당사자들인 조.미 쌍방의 우려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새롭고 대범한 해결 방도를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은 아무런 새로운 방도도 내놓지 않고 구태의연한 종전의 '선 핵포기'주장만을 되풀이하였다."  북한은 베이징 3자회담을 받아들여 만남의 형식에서 새롭고 대범한 해결 방도를 내놓은데 이어 '선 불가침 조약 체결, 후 핵논의'대신 일괄 타결을 제안함으로써 만남의 내용에서도 새롭고 대범한 해결 방도를 내놓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선 핵포기'를 위해 실질적 성의를 보이지 않고 시차만을 조절한 일괄 타결방안을 새롭고 대범한 해결 방안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23일 본회의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북핵 문제의 원인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해소 방안으로서 협상의 방법과 억제의 방법을 동시에 내놓고 있는 북한은 협상의 방법을 지원 사격하기 위해 23일 저녁 만남에서 미국에 핵무기 보유라는 억제의 방법카드를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억제 방법안의 발언을 '폭탄선언'으로 받아들이게 됐고, 사실상 더이상 북한과의 대화는 현실적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북한의 억제방법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방법으로 대응하고, 북한의 협상방법에 대해서는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새롭고 대범하지는 않지만, 추가 협상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구상을 보여주고 있다.  회담에 동석할 수 없었던 우리 정부는 미국의 도움을 얻어 4월 23일을 복원하면서 북한이 저녁에 강조한 억제적 방법보다는 본회의에서 강조한 협상적 방법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최대의 숙제인 북핵 문제를 성공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관련 당사국들의 동상이몽(同牀異夢)을 동상동몽(同牀同夢)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정상회담의 북한 핵 논의는 북한이 핵무기의 꿈을 버리게 하기 위한 공조 방안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라크전의 교훈으로 물리적 억제수단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북한은 과거 어느 때보다 핵무기의 유혹에 직면할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핵무기는 삶의 담보가 아니라 죽음의 담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할 때다. 북한 핵과의 직접 피해 당사자가 될 한국과 간접 피해 당사자가 될 미국은 북한이 자주와 생존의 문제를 21세기적으로 해결하도록 만드는 공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미국의 북한 핵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군사수단 사용의 꿈까지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상회담은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미국의 국내 안보와 함께 한반도의 자주.안보 및 번영을 충분히 고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北核 폐기 국제 공조방안은 뭔가한편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과감한 접근'의 꿈을 섣불리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북한이 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체제보장이나 대가 제공이 북한이 생각하는 '조선반도 핵문제'의 현실적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북한과 미국이 현재와 같은 동상이몽을 넘어서서 동상동몽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을 때 비로소 북핵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상회담의 노무현 대통령은 구시대적인 분열의 언어가 아닌 통합의 언어를 구사해야 할 것이며, 부시 대통령도 자만의 언어가 아닌 포용의 언어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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