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ct    
[시평] 北核은 3차방정식 문제다
 

중앙일보 

2003-03-05 


"정부의 해법은 원칙선언에 그쳐
핵개발 포기 끝까지 설득해야" 

 

새 정부의 첫 단추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국내 개혁과 국제위상 강화의 나머지 단추들은 불가피하게 어긋날 것이다. 북핵문제는 단순한 남북한 문제가 아니라 새 정부 5년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아킬레스건인 것이다.

21세기의 국운을 좌우하게 될 북핵문제가 우리에게 문제로 주어진 지 이미 10년이 넘었는 데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해답이 없는 문제일까. 아니다. 3차방정식 문제인 북핵문제를 1차방정식 또는 2차방정식으로 풀려고 했기 때문이다.


*** 조선반도 핵문제라는 주장

북한은 북핵문제 대신에 '조선반도 핵문제'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북한은 "조선반도에서 핵문제가 발생하고 정세가 오늘과 같이 극도로 악화되게 된 기본원인은 미국의 뿌리깊은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산물인 군사적 위협책동에 있다" (북한외무성대변인 2/18)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대미 불가침조약 체결 요구는 단순한 체제유지 담보나 경제보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의 필연적 귀결은 주한미군 철수문제와 한.미 군사동맹 문제에 이를 수밖에 없다.

미국은 북한핵문제를 1990년대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군사질서에 불안정을 가져다 주는 핵확산문제로 다루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북한핵문제를 반(反)대량살상무기 테러전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반테러전 국가전략(National Strategy for Combating Terrorism)'은 미국의 이러한 입장을 선명하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테러조직의 지원을 막기 위해서 미국은 전세계 국가들을 테러지원국, 반테러전 지원국, 그리고 주저하는 국가들로 나누어 새로운 반테러동맹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7대 테러지원국 중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북핵문제를 반테러전의 틀에서 다루고 있다. 북한의 핵정책에 대해서 우선은 반테러전의 국제기반을 다지는 외교전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경우에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경제제재를 시도하고,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체제변형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수단으로서 군사제재를 남겨두게 될 것이다. 한국에 북한핵문제는 이중의 어려움을 가져다주고 있다.

북한이 핵화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에 남북한의 정치.군사관계는 대단히 불안정해질 것이며, 동아시아는 핵확산의 연쇄반응 가능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북.미관계는 예측 불가능한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동시에 한국경제는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을 막아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미국의 주도적 노력이 반테러전의 틀에서 경제제재를 넘어서 체제변형과 군사제재 가능성의 타진으로 전개되는 경우에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정성은 급속히 심화될 것이다.

북한이 자위를 명분으로 핵정책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수단까지를 검토하는 경우에 한국은 대단히 어려운 형편에 직면하게 된다. 현재 우리 정부가 택하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 금지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서로 모순되기 때문이다.

*** 反테러전 틀에서 넘어서나

우리 정부가 북핵문제를 주도적으로 풀려면 현재와 같이 상호 모순되는 초보적 원칙의 선언으로서는 불가능하다. 하루빨리 당리당략을 넘어서 남북한, 동아시아, 그리고 미국의 이해를 제대로 검토할 능력이 있는 비상대책반을 마련해서 제대로 된 3차방정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해법찾기에서 특히 명심해야 할 것은 북한의 핵개발은 현실적으로나, 명분적으로나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화가 진행되는 경우에 피해의 비례성 원칙과, 피해자의 차별성 원칙을 충분히 고려한 정의로운 국제제재와 비핵화에 따른 보상이 검토돼야 한다.

끝으로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마지막까지 설득하고, 설득이 실패하는 경우에는 북핵개발을 막기 위한 국제공조가 정의롭게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河英善(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