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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 북핵과 한·미관계] 下. "미군 감축 발언은 한국정부 충격용일 수도"
 

중앙일보 

2003-03-13 


부시 행정부 안에서도 철수 언급은 없어
親美보다 反美비용 클 수 있다는 반성을
우리 스스로 존중받을 수 있게 행동해야 

 

본지는 지난 17일 진행한 북한 핵문제와 한.미 관계에 관한 좌담회 내용을 19일자에 이어 게재한다.

 

본사 김영희(金永熙)대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김경원(金瓊元)사회과학원 원장(전 주미대사), 박재규(朴在圭)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박용옥(朴庸玉)전 국방부 차관, 임성준(任晟準)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하영선(河英善)서울대 교수, 박진(朴振.한나라당)의원이 참석했다.

 

 

***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 이뤄지나

 

▶사회:미국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한다, 남쪽으로 부대를 재배치한다는 등의 논의가 많다. 또 지상군을 줄이는 대신 공군과 해군을 증강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미국의 의도는 뭔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군의 감축은 이미 몇차례 이뤄졌다. 1989년 7월 미국 의회가 주도한 감축 계획이 나왔다. 그때 한국의 노태우 정부는 북방정책을 추진했고, 남북 고위급회담도 했다. 미국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나가는 데 불만이 있었을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도 그때 나왔다.

 

90년에는 폴 울포위츠(현 국방부 부장관)가 주한미군 감축 보고서를 만들었다. 1단계로 7천명이 나가고, 2단계로 95년까지 지상군은 상징적으로만 남겨두고 작전권도 넘긴다는 것이다. 그 계획에 의해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국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로 이 계획이 미뤄졌다.

 

미국은 항상 이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유보된 것일 뿐이다. 현재의 부시 행정부는 군사혁신 개념을 바탕으로 부대를 경량화하고 기동성을 높이며 장거리 작전능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해외 주둔 미군을 재조정하는 것은 당연히 나오게 돼 있는 것이다.

 

▶사회:그럼 무엇이 주한미군 재조정론을 촉발시켰다고 보나.

 

-촛불시위나 반미감정이 없었어도 부시 행정부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갔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적 환경이 이를 촉진시키는 요인이 된 것 같다. 한국과 동맹관계도 흔들리고 북한에 대해서도 뭔가 하려고 하는데 반미감정이 나오니까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혼돈상황에 이끌려 미국이 급히 서두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국의 반미감정에 대해 미국에서 "그럼 잘 해봐라"는 식의 감정적 대응이 있다면 잘못된 것이다. 북한 핵문제가 벼랑끝으로 가고 있는데 거꾸로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시기적으로 문제도 많다. 지금 남쪽은 대통령직 인수.인계가 이뤄지는 지도력 공백 상황인데 한.미 동맹관계의 근본을 바꿀 수 있는 미군철수 문제가 나오고 있다.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미군이 동원되고 있으며, 항공모함이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의 안보 환경은 어떤 영향을 받겠나. 미국은 그렇지 않아도 감축.재배치 얘기를 꺼내고 싶었는데, 대통령당선자 측에서 반미 감정을 배경으로 해 한.미 동맹관계를 동등하게 재조정하자고 하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 미군혁신 개념 이미 나온 것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최악의 경우 북한을 때릴 수 있다. 그럴 경우 미국은 휴전선에 전진 배치된 주한미군이 군사적 조치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후방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옵션이 넓어진다. 이런 논리에서 재조정이 진행된다면 이것은 엄청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한국 정부가 모르는 사이에 진행된다면 큰 문제다.

 

▶사회:이런 논의가 계속 나오는데 우리 정부의 입장은 뭔가.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좋지 않다. 올해는 한.미동맹 50주년이다. 국방부에서 여러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동맹과 관련해 2단계 공동연구에 합의했다. 앞으로 2년 동안 하게 되는데 중간 보고를 한번 하기로 했다. 그러던 차에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 촛불시위도 나왔고 정부가 교체되는 시점에서 특사도 가고 했다.

 

적어도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재조정 문제는 한국의 국내 상황 때문에 초래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철군은 없다. 누구도 부시 행정부 내에서 철수를 언급하지는 않는다. 또 어떠한 조정이 있더라도 주한미군의 전력에는 변화가 없다. 더 강화시키면 시켰지 변화가 없는 차원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미국이 내친 김에 미군 감축으로 갈 가능성은 없겠나.

 

-시기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은데 럼즈펠드가 왜 미군 재조정 문제를 부각하고 있겠나. 앞뒤를 다 재보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 당국에 일종의 충격을 주기 위한 것도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감군은 할 수 있다. 자기네 나라로 빼가면 되니까. 그러나 한강 이북의 부대를 이남으로 빼는 것은 어렵다. 누가 돈을 대고, 어디에 기지를 확보하나. 또 군사 지휘통제시스템이 포함된 군사시설은 누가 지어주나. 재배치라는 이야기는 남북간 군축문제보다 어려운 이야기다.

 

지금 주한미군을 재조정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북한이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미국의 의도를 우리와 같이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너무 과민반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미국 내의 반한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는 "당신들 편에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최근의 한.미 간 오해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실망감이 주한미군 재조정을 앞당겨지도록 한 것이 아니겠나. 군사 전략상 지상군을 줄이고 해.공군을 늘린다고 하는데 군사적으로 대북 억지력이 강화된다고 해도 지상군 감축은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용산기지 이전 문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자체도 지상군 감축과 함께 대두되면 불안을 조성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 반미·반한 감정과 한·미 관계

 

▶사회:한.미 간에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라는 것이 의미가 있나. 강조해야 할 정도인가.

 

-19세기 중반 이후의 서양 근대 국제질서가 군사.경제력 중심으로 짜인다고 했을 때 한.미 관계는 불가피하게 격차가 나는 시스템이다. 격차가 있는데 평등하다는 말을 쓴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나. 큰 틀을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반테러 동맹체제의 새 그림을 그리고 있고, 그 밑에 지정학적 동맹을 두고 있다.

 

▶사회:한국 사회 내의 반미 분위기가 한.미 관계를 기본적으로 바꿀 사안인가.

 

-반미감정의 원인을 생각해 보면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과거 대미 관계에서 비굴한 자세를 취했던 것을 보아온 젊은이들이 지금 우리들 자신의 과거에 대해 반발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과거 대미 관계에서 말하기 부끄러운 일들이 많았다. 대미관계를 유지해오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미국 사람 앞에 가서 저자세를 취하는 것도 봤다. 심지어 국가 원수도 어려운 것을 참는 것을 목격해 왔다. 이런 것을 종합할 때 우리 국민이 미국에 대해 어느 정도의 반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우리의 반미감정은 구조적으로 불균형한 관계가 균형적인 관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구조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주한미군이 한국에 존재하는 한 사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의 군부 독재정권을 지원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희생시켰다는 시각에서 보면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인위적인 반미 감정이다. 자연발생적인 반미감정은 있을 수 있지만 배타적인 감정은 국민이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반미감정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세대의 문제라고 본다. 386세대가 가지고 있는 의식은 닫힌 민족주의적인 요소가 강하고, 이들 세대가 우리 사회 전체에 자리잡고 있다. 영원히 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95학번(95년 입학 대학생)부터는 386세대와 다르다. 어느 정도는 열린 공간으로 가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세계화로 가는 것은 아니다. 그 앞세대처럼 닫힌 공간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세대 등장까지 과도기의 혼란은 있을 수밖에 없다.

 

친외세나 마찬가지로 반외세도 시대의 변화에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럼에도 뒤늦게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한.미 관계도 그렇고 모든 관계를 설정한다고 했을 때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 모른다. 친미가 지불한 것보다 반미가 지불할 비용이 클 수 있다는 자기 반성을 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만약 말이나 촛불, 핵무기를 가지고 대등하고 평등하게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 방법으로는 안된다. 역설적으로 가장 자주와 평등을 많이 이야기할수록 가장 비자주적으로 불평등해질 수 있다.

 

▶사회: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미국에 대한 태도나 입장은 바람직한 것인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이해할 만하다.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어떤 부분을 표현하고 대변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현 시점에서의 반미 감정은 우리들 자신의 과거의 일그러진 모습을 생각하면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의 감정적인 문제는 우리들 스스로가 정리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자존심이 있고 자신에 대한 신념이 있다면, 미국 사람들을 향해 "평등한 동맹을 맺자"는 등 우리를 평등하게 대하라고 고함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과대하지 않으면서도 떳떳하고, 일부러 당당하지 않고서도 존중받을 만한 몸가짐.마음가짐을 가져야 하지 않겠나. 반미문제는 너무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과대하게 생각해서도 안 되지만 지나가는 바람처럼 생각하는 것도 안 된다.

 

◇ 문민정부 이후 대미홍보 소홀

 

-한.미 동맹에 대해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 한.미 동맹관계에 대해 이해가 적은 2030세대에 대해 한.미 동맹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 국익 차원에서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미국 사람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노력을 엄청나게 했다. 약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럴 필요가 없다""우리는 민주정부""우리는 떳떳하다"고 하면서 대미 홍보에 소홀했던 것이 지금 상황을 초래하지 않았나 본다. 일본은 냉전이 끝나고 미.일 동맹관계를 미국이 소홀히 할까봐 스스로 노력을 기울여 미국의 해외 파병 등에 동참하거나 했다. 정부 차원에서 비슷한 노력으로 치유해 나가야 한다. 한.미 동맹관계를 현 상황에서 변경해 나가거나 다시 보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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