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ct    
[전문가 좌담 북핵과 한미관계] 上. "국내 지식인 北核불감증 걱정스러워"
 

중앙일보 

2003-03-13 


美, 올들어 "北 핵보유" 심증 굳힌 듯
韓·美 북핵 시각차 더 벌어져선 곤란
北 핵무장 확인땐 美 무력사용 가능성 

 

중앙일보는 북한 핵문제의 향방과 우리 정부 및 미국의 대응, 주한미군의 감축.재배치 문제를 비롯한 한.미 관계의 현주소와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보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17일 본사 김영희(金永熙)대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김경원(金瓊元.전 주미대사)사회과학원 원장.박재규(朴在圭.전 통일부 장관)경남대 총장.박용옥(朴庸玉)전 국방부 차관.임성준(任晟準)청와대 외교안보수석.하영선(河英善)서울대 교수.박진(朴振.한나라당)의원이 참석했다. 좌담 내용은 두 차례로 나눠 게재한다.

편집자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가

 

사회:북한이 하고 있는 핵 게임이 당초 협상용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지난 2주일 동안 상당히 달라진 것 같다. 미국에서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많다. 북한의 핵 개발은 어느 단계까지 와 있다고 보는가.

 

-워싱턴에서 온 전문가들은 성능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북한이 두세개의 미니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북한 고위층한테 직접 "핵무기 개발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우리는 개발할 능력은 갖고 있다. 하지만 개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여주겠다고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미국 켈리 특사뿐 아니라 부시의 태도가 강하고 건방지게 나와 우리가 양보하고 나면 다음 단계엔 재래식이고 뭐고 다 내놓으라고 하지 않을 것인가. 궁극적으로 우리의 무장해제를 요구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지금부터는 있다, 없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 北 고위층선 핵개발 부인

 

-북한의 기본적인 생각은 핵으로 가는 것이다. 옛날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정치.경제.국제적인 문제를 일괄타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핵에서 찾았다. 김일성 생전부터 생존 수단으로, 체제와 통치권을 유지하는 수단인 동시에 군사적으로는 비밀리에 개발하든 어떻든 손에 쥐고 있으면 미국과 한국에 대해 상당히 억제력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핵 보유는 대남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 내 정치적 분위기를 좌우하고 한국을 볼모로 잡을 수 있다. 국론 분열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남북기본합의서와 제네바 합의 체결에 나온 것은 핵무기 개발을 위한 환경을 만들고, 하나의 방패막을 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국내의 핵문제에 대한 담론들을 보면 너무 이분법적이고, 도식화돼 있다는 생각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면 남북관계를 넘어 동아시아 질서 등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핵무기 보유 문제와 관련해선 정치적.군사적인 것으로 나눠 생각해 봐야 한다. 아주 초보적인 보유 가능성이 있는 순간부터 이미 정치적인 무기로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실전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기술 능력이나 물질만 갖고서도 정치적인 의미의 핵무기는 작동한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북한은 1990년 5월에 파키스탄과 핵기술 협력협정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은 파키스탄이 핵 보유국으로 등장하는 8년 동안 상당히 주의깊게 관찰하고 연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파키스탄이 98년 5월에 핵실험을 했는데 당시에는 북한의 핵 보유 여부에 대해 지금처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북한은 핵실험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파키스탄이 가지고 있는 핵개발과 핵실험에 관한 모든 정보는 북한 쪽으로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 어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한 것은 북한이 간접적으로 핵실험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핵실험은 꼭 자기네 나라에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데이터나 성능에 대한 실험이나 분석은 얼마든지 간접적으로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98년부터 2003년에 이르는 5년간의 시점, 김대중 정부가 들어와서 햇볕정책 시기 동안 고농축 우라늄을 개발하고 제네바 합의를 어겨가면서 핵 보유국으로 등장해야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이 아닌가 한다.

 

북한은 '핵 클럽'에 가입해야만 체제가 위협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핵 개발에 집착한 것이 아닌가 한다. 부수적으로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론, 미군의 핵 인질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여러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북한은 전술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우선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느냐 안가졌느냐 하는 것에 대한 한.미 간의 인식이 대단히 중요하다. 지금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 양국 정부는 정보적 측면에서 북한이 대략 10~12㎏의 플루토늄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확인되지도 않았고, 또 북한에서 나온 정보로 밝혀진 것도 아니다. 이것은 정보 분석적인 측면에서의 사안이라는 점을 우리가 생각해야 한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평가는 2,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없다. 그것을 가지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말한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 기술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 파키스탄과 핵 비밀협력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에 관한 증거는 없다. 추측일 뿐이다. 로버트 게이츠 전 CIA 국장 같은 사람은 북한이 핵탄두 두개 정도는 제조했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그렇다고 없다고 하기도 어려운 것이 플루토늄이 북한에 확실히 있을텐데 그것으로 아무 것도 만들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묘한 것은 미국 측은 있다는 쪽으로 몰고 있고 우리는 없다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이 점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대외적으로 양국 정부가 서로 다른 인식을 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남북관계는 어떻게 되느냐. 일단 북한에 엄청난 전략적 이점이 생길 것이다. 이것이 남북관계뿐 아니라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에 노출된 상태로 계속 유지하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만 북한의 핵무기에 노출된 상태가 되면 남북간 싸움은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게 파장이 큰 것인데 우리 국민들 상당수, 지식인들도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는 게 큰 문제가 되느냐는 사고는 걱정스럽다.

 

◇북한이 한계선을 넘는다면

 

사회:북한이 핵무장을 하는 것에 대해 미국은 어떻게 하겠는가. 좌시할 것인가. 하지 않는다면 미국에는 어떤 수단이 있는가.

 

-최근 워싱턴에서 온 미국 정부 사람이 와서 하는 이야기가 지금 이라크 전쟁 준비로 바쁘기 때문에 1단계 조치로 북한 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넘기고, 대북 봉쇄정책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의 방향이 결정되면 2단계는 많은 무기로 공군이든 해군이든 증강해 시위를 하고 그래도 북한이 핵 개발에 대해 검증받지 않는다면 무력 사용까지 검토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의 무기화에 성공하면 미국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전에 하나 지적할 것이 있다. 미국 사람들이 우리에게 질문하는 것이 있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모두 북한의 핵 보유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의미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더 나아가 평화적인 해결과 북한의 핵불용은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냐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느냐는 어려운 질문까지 하고 있다.

 

-상황이 양자택일까지 가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미 너무 늦은 것이다. 그 전에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말 잘해서 설득력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강제성이 있는 이야기가 돼야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은 그것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이 미국사람들 불평이다. 압력을 가하는 내용의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 핵문제가 지난해 10월 불거진 이래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 도움을 주는 남북 협력사업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 표현을 했고, 우리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새로운 협력사업은 시작하지 않았다. 그런 식의 한.미 간 협의는 있었다. 국민들은 남북 화해.협력과 핵문제 해결 노력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계속 상황이 악화되거나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확인되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 韓.美 동맹 테두리내 해결을

 

-미국 측에서 생각하는 평화적 해결은 범위가 넓다. 대화에서부터 제재까지 옵션이 많다. 맞춤형 봉쇄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말에 나온 이 말도 따지고 보면 평화적 해결의 한 옵션일 뿐이다. 대화와 군사적 조치 사이에서 여러가지 옵션이 있다. 따라서 우리도 평화적 해결이란 말을 쓸 때 단순히 대화에 국한할 필요가 없다. 실제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왜 한국은 대화만 평화적 해결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는다. 미국은 외교를 하면서 군사적 옵션을 배제한 적도 없고, 배제하지도 않을 것이다.

 

◇북핵문제 한·미 공조는

 

사회:북한이 핵 문제와 관련해 마지막 한계선까지 갔을 때 한.미 공조는 잘 될 것으로 보는가. 또 우리 정부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인가.

-한.미 양국의 북한 핵문제 해결과 관련한 인식과 시각이 다른 상태에서 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미국은 군사적으로 대응하든 평화적으로 해결하든 한국을 제쳐둘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미국이 우리를 제외하고 독자적인 결정을 내려 군사적인 조치나 평화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미 동맹관계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이익에 중대한 침해가 되는 문제를 결정하면서 우리를 제쳐두고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사태를 과장해선 안된다.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하지 않는 것은 클린턴 전 행정부 때의 정책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북한에 돈을 주고 핵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우리가 미국에 북한과 협상을 하라고 하더라도 북.미 협상 개시 이후의 시나리오까지 제시해야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를 불신하는데 있다. 내가 받은 느낌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것 같다.

 

-우리 정부가 얘기한 주도적 역할은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판명됐다. 그보다는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어느 시점에서는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을 것이다. 그것 외에는 해결 방안이 없다고 본다. 북한은 핵문제 해결에 나설 경우 미국이 '과감한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