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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대담] 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2001-03-09 

金대통령과 부시대통령의 워싱턴 정상회담은 '햇볕정책 지지' 라는 측면과 아울러 북한을 부정적으로 보는 부시 신행정부의 시각을 동시에 드러내 한국입장에서 보면 명암이 엇갈린 회담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하영선 서울대 교수와 서동만 상지대 교수의 긴급 좌담을 통해 알아본다.

 

하〓공동성명이 포용정책과 金대통령의 남북대화 주도를 지지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등은 표면적인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냈다 해도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 즉 대북(對北)관에 대한 밑바닥 합의는 없었던 것 같다.

 

남북대화를 우리가 주도한다면 권리와 동시에 의무를 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대화 결과에 대해 미국은 검증을 하려 할 것이다. 미국의 지지를 얻어냈다는 것만 강조한다면 균형을 상실한 것이다.

 

서〓남북대화에서 金대통령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하고 현재 대북정책을 지지한 것은 공화당 정부가 현실을 인정한 성과라고 할 만한 부분이다.

 

제네바 합의 준수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한 것은 기존 정책의 확인이다.

 

그러나 NMD문제는 미국이 성과를 거뒀다. NMD에 대한 의사표시를 한 것은 우리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하〓정상회담을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 담당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해도 미국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지나친 낙관론이나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비관론 어느 쪽도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신중론을 표현한 것이다. 포용정책과 남북 정상회담을 지지하되 그 과정에서 북한의 대응이 미국 기준에 맞지 않으면 나름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

 

NMD에 대한 金대통령의 답변은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오키나와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썼던 문구였다고 해명하면서 경위를 상세히 밝혔는데 이것도 러시아와 북한과의 관계를 무시하면서 미국만을 위해 경위를 상세히 밝힌 셈이어서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서〓우리의 한반도 평화정착 책임도 거론해볼 필요가 있다.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서로 긍정적인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유동적으로 변하면서 남북관계의 부담이 커졌다. 그런 만큼 2차 남북 정상 회담에서 평화정착 문제를 논의해 성과를 거둬야 할 것이다.

 

하〓미국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검증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 내길 기대하는 것 같다.

 

평화선언을 보자.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선언 부분에 이미 평화선언에 담길 내용이 있지만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 문서를 만들 당시 검증문제를 어떻게 하느냐는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번에도 평화선언을 만든다면 어떻게 검증 가능한 모습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92년 기본합의서가 실천에 옮겨지지 못한 채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새로 만들 선언이 명실상부한 것으로 되려면 국제적으로 검증 가능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게 이번 정상회담에서 던져진 핵심적 과제다.

 

서〓검증은 협상 문제다. 무산된 클린턴 방북의 의미는 포괄적 신뢰 구축이었다. 북한은 그런 정도 신뢰 구축이 이뤄지면 검증 문제는 그리 중요치 않다고 보는 것 같다. 지금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선제조치를 요구하는 국면이지만 실제 협상에 들어가야 검증이 가능하다. 미리부터 검증 얘기를 하는 것은 선제조치를 요구한다는 뜻이다.

 

하〓NMD에 대한 金대통령의 답변이 어색했다면 부시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충분히 숙지한 답변이 아니었다.
부시 외교팀은 아직 완전하게 구성된 팀이 아니며 대통령에게 입력된 정보는 초보적 수준이다.

 

그는 한편에선 햇볕정책을 지지하면서 다른 편으론 대화의 상대방일 수밖에 없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불신하고 있다. 북한도 부시 외교팀을 클린턴보다 신뢰하기 어려운 상대로 보고 있다.

 

서〓북한은 공화당을 신뢰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에 기존 대미(對美)관계를 파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길 바란다. 부시 대통령이 평양에 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하〓金대통령의 방미로 우리 정부 입장이 어려워졌을 수 있다. 성공하면 홈런이지만 실패하면 병살타다.

 

북한은 NMD에 대한 金대통령의 입장을 득(得)인지 실(失)인지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고도의 전략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대미.대중.대러 관계를 기존대로 하면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

 

서〓미국은 NMD문제로 국제적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중국.러시아.북한 등 3국은 미국의 NMD 추진에 대한 대응책을 협의할 수도 있다.

 

하〓NMD에 대한 중국.러시아의 입장은 강경하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도 이미 뽑은 칼을 도로 넣기에는 늦었다.

 

동시에 중국.러시아도 자기들을 건드리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미국이 북한 등 우려국가를 겨냥한 1단계 NMD를 추진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NMD가 미국의 '자국 지키기' 라고만 인식해서는 안된다. NMD는 북한문제와 연결되고 결국 남북관계로 불똥이 튈 것이다.

 

서〓부시 외교팀은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려면 대량 살상무기.미사일 등에 대한 검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을 검증한다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웬디 셔먼 대북조정관은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 문제를 풀 가능성이 있었다고 했다. 포괄적인 신뢰구축 차원에서 북.미 현안을 푼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부시 외교팀은 검증문제를 포괄적 신뢰구축의 일환으로 보지 않고 북한이 먼저 실천해야 하는 당연한 절차 내지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金대통령과 金위원장은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화선언을 만들어내야 하고 이를 미국에 납득시키기도 해야 한다.

 

남북한은 정상회담에 앞서 실무급들끼리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 결과 좋은 결과를 내면 부시 대통령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대북 접촉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고수석.김정하 기자<ssk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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