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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북한의 '천지개벽'을 위하여
 

중앙일보 

2001-01-26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20년만에 상하이(上海)를 방문하고 "세계가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하이는 천지개벽됐다" 고 감상을 밝혔다.

 

21세기 북한이 당면하고 있는 최대의 숙제는 북한이 상하이의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를 하루 빨리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는 것이다.

 

*** 이분법적 思考 벗어날까

 

북한의 천지개벽을 위해서는 예상키 어려운 고난의 행군이 예상되지만 첫 걸음을 사고의 천지개벽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출발은 특히 자주화와 세계화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의 극복에서 시작해야 한다.

 

북한은 1997년 6월 김정일 위원장 명의의 글에서 세계화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남조선 당국자들의 '국제화' '세계화' 소동은 민족적인 모든 것을 말살하고 외세에 나라와 민족을 통째로 넘겨주는 대가로 저들의 권력과 안락을 유지하려는 전대미문의 매국매족 행위이다." 따라서 이 글은 세계화 대신에 혁명과 건설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세계화관은 98년 9월의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에 관한 공동논설이나 2000년 4월의 '강계정신' 에 관한 공동논설에서 강하게 반복되고 있으며, 올해 노동신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1세기 세계화는 많은 사람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단순히 지구화.국제화 또는 종속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현상을 동시에 품고 있는 복합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세계화관은 세계화의 부정적 가능성인 종속화만을 강조하고 긍정적 가능성인 지구화를 간과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21세기 지구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닫힌 자주공간에 갇혀버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천지개벽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나는 베이징(北京)에서 열렸던 97년 제3차 남북 해외학자 통일회의에서 '자주적 세계화' 를 제안했다.

 

한반도에서 북한은 세계화 없는 자주화를 고집스럽게 추진한 결과로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으며 한국은 자주화 없는 세계화를 성급하게 추진한 결과로 IMF관리체제를 겪어야 했다.

 

따라서 21세기 한반도 생존전략을 '자주적 세계화' 에서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21세기 북한이 진정으로 상하이의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를 북한에서 실현시키려면 '자주적 세계화' 에 대한 본격적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서양으로부터 처음 수용했던 19세기적 의미와 현실의 자주화와 세계화는 서로 배타적인 면을 강하게 갖고 있다.

 

자주화는 스스로 주인이 돼 타국에 종속되지 않는 것을 말하며, 세계화는 특정국가 또는 계급의 이익이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주적 세계화' 라는 표현은 성립하기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었다.

 

*** '자주적 세계화' 실천 필요

 

그러나 21세기의 진정한 자주화와 세계화는 더 이상 19세기적 의미로 추진돼서는 불가능하다.

 

21세기의 자주화는 국가의 안과 밖인 세계와 시민사회 공간을 최대한 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동시에 21세기의 세계화는 단순한 국제화나 종속화가 아니라 지구화와 자주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천지개벽의 변화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19세기의 자주화와 세계화의 이분법적 사고를 졸업하고 21세기의 자주화와 세계화의 복합적 신사고를 체득해야만 한다.

 

'자주적 세계화' 를 통해 19세기의 자주화와 세계화의 한계를 벗어나야만 한다.

 

21세기 북한이 '광명성호' 대신에 '자주적 세계화' 라는 신자주론을 쏘아 올리고 그 구체적 내용으로서 개성특구를 추진한다면 세계가 놀라운 시선으로 새로운 변화를 바라보면서 북한의 천지개벽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河英善(서울대.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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