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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와 세계질서의 변화
 

2002-09-11 
제1회의

하영선 발표


반갑습니다. "9.11테러와 세계질서의 변화"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하게 된 서울대학의 하영선입니다.  오늘 발제는 제가 세종연구소에서 90년대에 발표했던「탈근대지구정치론(1993)」,「21세기 조선책략」(1996)의 맥을 있는 세 번째 얘기가 되겠습나다. 세번의 발제가 비록 다른 제목이긴 하지만, 모두 변화하는 세계질서를 제대로 읽어내고, 우리의 바람직한 장래를 위한 대응양식의 모색이라는 문제인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냉전이 끝나는 시점에 탈근대지구정치론, 90년대중반에 21세기 조선책략, 21세기에 접어들어서 9.11 테러와 세계질서의 변화를 말씀드리는 것은 언뜻 보아서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맥을 같이 하는 문제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지구 질서의 변화를  얼마나 정확히 읽어내고,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부분적으로는 그 역동성을 변모시킬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는 따라갈 수 밖에 없는데- 는 21세기의 보다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문제제기라는 면에서는 마찬가지 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오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9.11테러와 세계질서라는 제목이 대단히 포괄적이라서 새롭다고 할 수도 있지만, 1년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많은 얘기를 한 낡은 주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 얘기하고 싶은 사람은 이미 한마디씩 다 하고 난 상황인데,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사회과학연구위원회Social Science Research Council)가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가 알만한 모든 사람들에게 9.11 테러가 당신이 여태까지 공부한 틀 속에서 가지는 의미가 뭐냐에 관한 방대한 서베이를 받아서 띄워 놓고 있죠. 국내 학계및 연구소에서도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은 연구와 보고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외의 관심 있는 분들이 이미 충분히 이 문제에 대해서 거론을 했는데, 무슨 얘기를 더 할 수 있겠느냐가 중요한 걱정거리의 하나였습니다. 따라서, 왜 뒤늦게 이 문제를 다시 정리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있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설명의 시도로서,  대부분의 국내외 9.11 테러담론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질문인 9.11 테러를 거시적 이해의 측면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우선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거시적 이해의 맥락에서 9.11 테러가 현대 세계질서의 행위자 모습에 중요한 변화를 주고 있는가, 아니면 일과성의 폭력적인 행위로 그칠  것인가가 두 번째 문제입니다. 세 번째는, 9.11테러가 변화하고 있는 새로운 행위자들이 자신들의 활동 공간에서 보여주고 있는사고와 행동 양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이냐는 다른 두 세미나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이므로, 가급적 짧막하게 이런 세계 질서의 변화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말하겠습니다.

우선 9.11 테러에 대한 거시적 이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9.11테러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왔는데 아직도 빠진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9.11 테러에 대한 국내외 담론들을 완벽하게 섭렵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그중에 중요한 것들을 들여다 보면,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하나는 시간적인 의미에서 지나치게 단기적으로 9.11의 의미를 읽으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어서, 보다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다른 하나는 편협성의 문제가 있는데, 좁은 의미의 군사적인 시각보다는 삶의 총체성의 시각으로 9.11 테러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드릴 핵심은 10년전에 여기서 제가 했던 얘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것은 세계질서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근대질서의 20세기적인 표현인  냉전질서의 깨져나감이라는 탈냉전질서를 얘기하고 있을 때 탈냉전을 넘어선 질서를 동시에 고민하지 않으면 안되며, 그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부르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어색한 표현이지만 탈근대지구질서라는 표현으로 부르자는 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맥을 따라서 얘기하자면, 근대국제질서의 20세기적인 표현인 냉전 질서에서부터 21세기의 새로운 질서가 등장하는 중간에 발생한 9.11 테러가 이러한 세계질서의 변화과정에서 어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또, 세계 질서의 변화에 어느 정도의 충격을 주고 있느냐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오늘 주제의 핵심입니다. 세계질서의 거시적 변화 속에서 9.11테러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현대국제질서가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근대 국제질서의 20세기적인 표현인 냉전질서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대표적 행위자가 군사, 외교, 경제, 이데올로기라는 공간 속에서 동과 서의 진영을 구축했습니다.  20세기의 냉전질서가 탈냉전을 넘어서서 21세기 복합질서로 가는 속에서, 행위자의 경우에는  국가 밖의 지역적인 행위주체나 세계적인 제도/ 네트워크, 국가 안의 시민사회 조직, 심지어 개인까지를 포함한 단위체의 복합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것들이 활동하는 공간이나 활동 목표 자체도 더 이상 군사,외교,경제 공간만이 아니라 기술/정보/지식, 환경, 문화 공간들의 복합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근대국제질서를 넘어서는 21세기 복합질서의 새로운 자기 모색이 지구 공간에서 나타나는 상황의 변화 속에서  9.11 테러를 맞았습니다. 여기서, 9.11테러가 현대세계질서를 전통국제질서의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는가, 또는, 21세기 복합질서의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제 3의 길로 변화시키고 있느냐를 따져보겠다는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테러가 21세기 세계질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간단하게 테러/테러리즘이라고 부르는 인간 집단들의 행동이 구체적으로 인간들의 어떤 행동 양식을 말하는 것이며, 또 이러한 테러행위를 어뗳게 유형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어느 도의 합의 기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현대테러의 정의와 유형부터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인간 집단의 테러와 유사한 행동은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때부터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테러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혁명 직후에 자코뱅당의 공화정을 위한 공포정치라는 독특한 표현에서 비롯합니다. 오늘날, 테러의 개념규정으로는, 지구 테러에 대한 대표적인 자료로 자주 사용되는 국무부의 "Patterns of Global Terrorism"에서 쓰는 정의를 대부분 원용하고 있습니다. 국무부가 테러를 "premeditated, politically motivated violence perpetrated against noncombatant targets by subnational groups or clandestine agents, usually intended to influence an audience"라고 복잡하게 개념설정을 하기 까지는 국무부 나름의 고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국무부는 테러라는 개념을 자기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네 개로 구분해서 생각하고 있는데, 하나는 "premeditated"라는 말이 뜻하고 있는 것처럼, 우발된 것이 아니고, 사전의도 되었다는 것입니다.. 두 번 째는 폭력행위가 경제적 보다는 정치적으로 동인되어진 특정 행위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공격목표가 전쟁과 다르게 비전투 요원을 목표로 하며, 네 번 째는 공격주체가 국가보다는 하부 국가단위체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라는 의미에서 이 정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좀 바꿔서 얘기해보면, 테러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4개 요건을 충족하는 행동 양식을 의미합니다. 첫번째,  행위 주체가 일상적으로 우리가 봤던 전쟁과 달리 하위 국가 정치집단 인데, 제가 조금 다르게 규정하는 것은 지구적으로 그물망화된 하위 국가정치집단은 실제 9.11 알 카에다 조직에서 봐도 알 수 있지만, 일국의 단순한 하위 정치 집단이 아니라, 그물망화된 코(node)들이 지구상에 암처럼 퍼져있는 네트워크 집단이 주체로써 작동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두 번째는 국무부가 쓰고 있는 것처럼, 상대방 국가 또는 정치집단이 주로 비전투원에 대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폭력행위로 규정하는 것이  21세기의 테러에 대한 적절한 개념 규정이 될 것입니다. 이런 개념 규정에 따라서, 현대 테러의 유형을 보면, 대체로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의 테러집단들의 모습을 쉽게 상정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유형은 냉전 체제 하에서 동서 이데올로기와 연관되어서 나타난 좌파그룹의 테러집단들로서, 시기상으로는 제 1기에 해당하는 것들입니다. 냉전체제의 해체와 함께 사라져가고 있는 좌파그룹으로서 그리스의 November 17, 콜롬비아의 FARC와 ELN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등장한 집단들은 1970 1980년대 국제테러리즘의 주류를 이루다가 1993년 PLO와 이스라엘의 원칙선언에 따라 약화된 PLO관련 그룹으로서 PFLP-GC와 Abu Nidal Organization 등입니다.  셋째, 종족 분리조직이 자치나 독립을 위해 테러를 사용하는 그룹으로서 Kurdistan Warker's Party(PKK), the Liberation Tigers of Tamil Eelam(LTTE), Basque Fatherland and Liberty(ETA)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오늘날 관심있게 봐야 할 네 번째 테러집단은 종교기반 테러리스트 조직으로서 1980년대부터 활발한 활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1979년의 이란혁명과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대항 속에서 성장한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al-Qaida), 레바논의 히즈볼라(Hizballah), 팔레스타인의 하마스(Hamas), 이집트의 알 가마 알 이슬라미야(al-Gamaa al-Islamiyya)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으며, 이들은 우리가 오늘 이야기하려는 중심 테마의 주인공들입니다. 9.11 테러가 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조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 9.11 테러이후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와 레바논의 히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등의 3대 조직은 우리에게 익숙하게 다가옵니다. 이런 조직들을 염두에 두고, 이들의 조직적인 폭력행위들이 현대 세계 질서에 미지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은  무엇인가를 따져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9.11테러가 21세기의 행위 주체에 어느 정도 변화를 가져왔는가라는 점입니다. 행위주체의 변화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좁은 의미에서는 9.11 테러의 국제정치이론적인 함의라고 할 수 있고, 넓은 의미에서는 9.11 테러의  21세기 세계현실질서적 함의입니다. 첫 번째로, 9.11 테러를 주도한 알 카에다 조직의 생각과 이해를 같이 하는 네트워크의 그물코(node)가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전세계적으로  그물망 모습으로 작동한 결과로서, 국가가 아닌 네트워크가 21세기의 조직적인 폭력사회의 대단히 중요한 행위자로 등장했다는 것은 이론과 현실의 차원에서 주목할만한 변화입니다. 21세기 주도세력으로, 외로운 군사적 초강대국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이 국토방위부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변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네트워크 행위자가 등장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대단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로, 클린턴 행정부와 비교하여 다자주의 보다는 일방주의적 성향을 보여왔던 부시 신행정부는 9.11 테러를 겪은 후, 지구적 협력하의 대 테러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불가피하게 인정하고 있으나, 동시에 예상과는 달리 미국은 아프카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단기간에 붕괴시키고 알 카에다 조직의 1/3 내지는 1/4를 파괴함으로써 미국 주도의 대 테러전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부시 대톹령의 "악의 축(Axis of Evil),"에 관한 2002년도 국정연설(1/29/2002)과 국무부 죤 볼턴(John R. Bolton)군비통제 및 국제안보 차관의 "Beyond the Axis of Evil : Additional Threats from Weapons of Mass Destruction"(Heritage Foundation , 5/6/2002)연설은 전세계를 대량살상무기 테러조직 및 지원국과 반대량살상무기테러전 국가 및 지원국의 이분법으로 선명하게 나누고 있습니다. 볼턴차관이 자신의 연설에 명확하게 밝히고 있듯이, "악의 축"에 관한 부시대통령의 국정연설은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라, 부시외교의 기본 축입니다.

네 번째로, 9.11 테러를 “문명의 충돌”이라는 시각에서 해석하고 문명을 새로운 행위주체의 가능성으로 보려는 일부의 오해가 있으나, 이러한 논의들은 문명과 문화의 차이에 대한 초보적  구분을 하고 있지 못한 것입니다.  문명 개념은 역사적으로 자기 집단의 진보성과 보편성의 자신감을 표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며, 반면에 문화 개념은 자기 집단의 차별화를 위해 등장한 것입니다. 따라서, 테러와 대테러전을 문명의 충돌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다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빈 라덴이나 부시 대통령의 담론이 “악마”와 “천사”, “선”과 “악”이라는 성전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9.11 테러가 장기적으로 세계정치 행위주체의 복합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입니다.. 하위국가그룹(subnational group)이 상대방에게 공포감을 줄수 있는 수준의 폭력을 휘둘렀더니 초 강대국이 벌벌 떨었더라는 사실은  행위자 차원의 커다란 변화를 예기하는 것임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러한 행위주체의 변화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분명히 가시적인 과정속에 있습니다.

9.11테러가 21세기 세계질서의 행위주체에 미치고  있는 영향에 이어서, 9.11테러가 21세기 세계질서의  활동 영역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검토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9.11 테러에 대한 미국 주도의 대테러전이 군사, 외교, 경제, 정보, 법집행의 복합영역에서 진행됨에 따라,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냉전질서의 해체과정과 함께 상대적으로 덜 활발했던 안보 영역이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으며,  외교, 정보기술, 문화영역도 일정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먼저, 9.11테러가 21세기 세계질서의 군사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양극의 냉전안보질서가 9.11 테러와 함께 제 1단계로 테러조직과 지원세력 대 반테러국가와 지원국가의 테러안보 질서로 변화하였으며, 알 카에다(al-Qaida) 조직이 상당한 피해를 입고, 탈리반(Taliban ) 정권이 와해된 이후 제 2단계로 대량살상무기 테러조직과 지원국 대 반대량살상무기 테러 국가와 지원국가를 악의 축 대 선의 축으로 양분하여 대량살상 테러안보질서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대표적 테러조직으로서 33개를 들고 있으며 대량살상 테러지원국으로서는 이락, 북한, 이란, 리비아, 시리아, 큐바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테러 지구전의 지원국으로서 80개국을 들고 있고, 그 중에 20개국은 미국의 중앙 사령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9.11 테러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미국 본토의 내부안보에 직접적 위협을 준 사건으로서, 따라서 대량살상무기 테러는 지역 또는 지구안보문제이기 이전에 미국의 최우선 국내안보문제로 부상하였습니다. 따라서,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부시행정부는 국토안보부의 설립을 새로 추진한 것입니다. 미국의 21세기 군사정책이 과거의 위협기반 접근(threat-based approach)에서부터 능력기반 접근(capability-based approach)으로 변화하여, 전통적 안보와 새로운 안보를 동시에 모색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 중에 새로운 안보의 핵심은 당분간 대량살상무기테러가 될 것입니다.

부시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 (National Security Strategy)이 가을에는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중요 내용은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책당국자들의 발 들을 통해 이미 어느정도 구체적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부시대통령이 지난 6월초 웨스트 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연설에서 간략하게 밝히고 있듯이, 미국의 군사 활동은 세 방향에 가장 커다란 비중을 두고 전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중 하나는 새로 설립하는 국토안보부를 기반으로 하는 국내안보(Homeland Security)의 강화입니다. 두 번째로는 미사일 방어를 계속 추진하는 것이며, 세 번째로, 하위국가 단위체로서, 유연한 그물망 조직의 모습으로 활동하는 테러단체에 대해 억지나 봉쇄가 어렵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는 선제공격도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21세기의 군사영역에서 반드시 지적해야 할 것은, 대테러전의 등장으로 재래의 근대적 군사적 사고나 활동이 다 사라질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소련이 해체된 이후,미국의 군사정책이 위협기반접근에서 능력기반접근으로 바뀌어 가는 변화에서, 위협의 행위주체와 영역이 복합화되고 있습니다. 21세기초의 테러와 대테러전의 6면전은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근대국가들의 군사적 경쟁이나 갈등가능성은 여전히 세계질서의 핵심적 기반의 일부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9.11테러가 외교영역에는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 주고 있는가를 보겠습니다.


국무부의 리차드 하스(Richard N. Haas) 정책기획국장은 지난 4월22일 "Defining U>S> Foreign Policy in a Post-Post-Cold War World"의 연설에서부터American 6월26일의 :From Reluctant to Resolute: American Foreign Policy after September 11"의 연설에 이르기 까지, 네 번의 흥미있는 연설을 통해서, 자신이 21세기의 죠지 케난(George Kennan)의 역할을 자임하면서, 9.11 테러이후 현대 미국외교정책을 냉전기, 탈냉전과도기, 탈탈냉전기로 구분하여 냉전기의 봉쇄독트린이 탈냉전 과도기를 거쳐 전통적 도전과 초국가적 도전이 함께 하는 탈탈냉전기로 접어들면서 통합integration)독트린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합독트린은 미국의 이해와 가치를 함께 나누고 있는 국가와 조직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품으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탈냉전기의 통합독트린의 성공여부는 이 독트린이 좁은 의미의 미국적 가치를 넘어서서 보편적 가치를 위해 추구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위험성에 대한 조심스러운 경고가 미국내부에서도 나오는데, 하바드대학교의 죠셉 나이(Joseph S. Nye)교수가 자신의 최근 글모음인 "The Paradox of American Power: Why the World's Only Superpower Can't Go It Alone"(2002)에서 21세기 미국의 장래는 미국 일방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은 적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1980년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상대적 쇠퇴를 이야기하고 있을때, 나이는 당시에 미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21세기의 권력의 핵심 구성요소인 경성 권력(hard power)와  연성권력(soft power)을 종합적으로 볼 때, 유럽연합이나, 알본, 중국에  비해, 다시 한번 21세기 세계질서를 주도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결국, 21세기초인 오늘의 시점에서 보자면, 나이의 전망이 상대적으로 옳았다고 해야겠죠.  1990년대에,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일본에 비해서, "다시 찾은 10년"을 보낸 미국에게, 나이는  이제는 또다시 남들과 달리 "로마의 멸망"이야기를 하면서, 21세기의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이 로마의 전철을 뒤따르지 않으려면, 일방주의가 아닌 다자주의의 길을 걸을 것을 강하게 권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적을 부시행정부의 대테러전 제2단계 정책에 대입해 보자면, 지구적 합의기반없이, 미국이 지나치게 일방적인 선과 악의 축을 기반으로, 선의 축에 동참하는  국가 및 행위자들과는 적 적으로 통합을 모색하고, 악의 축에 동참하는 조직과 국가들에게 대해서는 국토방위부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국내안보 추구, 미사일 방어체제의 구축, 그리고,필요시 선제공격읕 추진한다면, 그것에 따른 부작용은 결국 미국의 쇠퇴를 야기할 것이라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즉 통합의 기준 자체가 지구적인 합의에 기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미국나름의 고난의 행군을 외롭게 해야 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다음으로, 9.11테러가 21세기 세계질서의 정보기술 영역에 미치고 있는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1960-1970년대의 PLO 관련 테러조직과 비교하여 정보 혁명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21세기 초의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하마스,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지하드, 하즈볼라, 알제리아의 무장 이슬람 그룹, 이짚트의 이슬람 그룹 등은 첨단 정보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많은 조직운영상의 향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테러조직을 가능한 한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하고,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을 증진시키고, 인식관리와 선전활동, 분열적 공격, 물리적 파괴를 포함한 공격적 정보 작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국가보다 훨씬 유연성을 갖춘 네트워크 개념으로 조직을 관리하고 있으니, 이 조직을 깨는 것이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21세기의 테러조직이 조직, 정보수집 및 분석, 정보작전 등에서 첨단의 정보기술을 활용하게 됨에 따라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전도 첨단의 정보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므로 사이버 공간의 갈등이 증가할 위험성도 다분히 보입니다. 

다음으로, 9.11테러가 21세기 세계질서의 문화영역에 미치고 있는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9.11 테러와 관련하여 우리가 문화영역에서 특히 주목을 해야할 것은 9.11테러를 문명의 충돌로 보고 싶어하는 일부의 주장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문명과 문화의 차이에 대한 기초적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합니다. 개념사의 시각에서 본다면, 문명은  자신들의 삶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반면에 문화는 특수성을 강조하기위해 18,19세의 유럽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문명, 즉 밝은 문화의 만남은 원칙적으로 충돌의 모습보다는 전파와 수용의 모습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9.11테러를 문명의 충돌로 설명하려는 것은 무리한 주장입니다. 그러나, 9.11테러와 이에 따른 대테러전쟁과정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테러문화와 대테러문화의 담론의 성격, 또는 행동양식의 모습이 대단히 유사하게 성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오사마 빈 라덴이 9.11 이후에 남긴 기록은 많지 않지만 웹사이트서 쉽사리 분명히 오사미 빈 라덴의 말이라고 생각되는 거들을 2-3가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대단히 종교적인 연설로서, 흥미로운 것은 부시 대통령이 얘기하는 ‘선’과 ‘악’의 축과 마찬가지로 오사마 빈 라덴의 ‘믿는자’와 ‘안믿는자'(belief and infidelity)라는 이분법의 세계는 쌍방의 대화가 불가능하고, 제 3의 타협점을 찾아 볼 수 없는  성전 예찬론적인 색채의 얘기입니다.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하는 대부분의 연설들도 다분히 정치적 차원을 넘어서, 윤리적인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종교적 색채를 띄는 선과 악의 축의 싸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9.11테러이후, 테러와 대테러전이 충돌하고 있는 과정에서 성전적 경직성을 띄고 있는 두개의 문화가 부딪히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태에서는, 경직화된 사고나 행동 양식의 갈등 현상이 보다 쉽사리 심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제3의 조그만 목소리로 성전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의는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성전이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9.11 테러가 문명 충돌의 모습으로 악화될 위험성은 없으나, 테러 문화와 대테러전 문화의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특히 테러문화와 대테러전 문화가 빠지기 쉬운 성전의식의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쟁의 수행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에 근거해 폭력의 옳은 사용은 인정하고, 폭력의 옳지 않은 사용은 거부하는 정전주의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하는 전세계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정전의 조건으로서 폭력의 사용에는 상대방의 불법행위와 그에 대한 시정거부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폭력의 사용이 무차별하고 지나치게 이뤄지지 않도록 차별성의 원칙과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빈 라덴의 얘기 모든 것이 알라 신에 의해 다 정당화 될 수 없고 부시대통령이 얘기하는 악의 축과의 싸움의 경우에도 적어도 정전론의 원칙에 맞아야 합니다. 즉 폭력사용의 목적과 수단이 정의로워야 합니다. 9.11테러에 대한 대테러전쟁은 상대방의 불법행위가 전제되어 있으며, 또  상대방이 시정 요구를 거부하고 있으므로, 현재까지는 전쟁 목적의 정당성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비교적 쉽사리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테러전쟁 제2단계도, 정당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전쟁목적의 정당성 범위내에서 추진해야합니다.  다음으로, 전쟁수단의 정당성에서 보자면,  내가 받은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내가 받은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입혀서는 안된다라는  비례성의 원칙과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비전투원에 피해를 입혀서는 안된다는 차별성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져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9.11 테러는 21세기 세계질서의 행위주체와 활동공간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부시팀은 9.11테러의 세계사적 영향을 고려하여, 현대사의 시기구분을 냉전기, 탈냉전간주기, 탈탈냉전기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탈탈냉전기도 '악의 축' 이전과 이후의 군사와 외교 공간의 변화를 생각하면 탈탈냉전기 1기와 2기로 세분해야 할  입니다.  그러면, 이런 새로운 현실을 어떻게 이름 부르고,  또 지구적 합의기반위에서 어떻게 현대사를 새롭게 정리해야 할 것인가는, 지구적 과제인 동시에  우리의 중요한 숙제입니다. 한반도의 경우에는, 이에 덧븥여서, 두 개의 커다란 숙제가 더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이 설정한  세계질서의 방향이 그대로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21세기 문명의 표준설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은 세계질서의 행위자 모두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미국이 자신이 설정한 잣대에서 차지하고 있는 상대방 행위자의 위상에 따라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가를 조심스럽게 따져보아야 합니다. 이것은 남과 북에 모두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미국은 자신이 설정한 악과 선의 축이라는 잣대에서, 북한을 이락에 버금가는 악의 축 중심국가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문제를 강경하게 주장하는 경우에, 부시팀은 과거와는  다른 틀에서 신속하고, 강경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미국의 변화한 대북정책속에서, 북한이 탈냉전간주기에 택했던 벼랑끝 외교를 한반도에서 반복하는 경우에, 북미 관계는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빈 라덴이 가지고 있는 성전적인 요소를  쉽사리 버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어떻게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만드는가 하는 것이 커다란 숙제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미국이 외교 영역에서는 탈탈냉전기에 맞게 통합의 독트린을 강조하고. 군사 영역에서는 국토방위부를 기반으로 한 국내안보와 미사일방어,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선제기습까지를 포함한 형태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부정적 영향이 아니라, 긍정적 영향을 미치도록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지구 공간에서 정전론적인 합의 또는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좁은 의미의 국토방위를 위한 대테러전 제2단계를 수행하는 경우에, 대단히 빠른 속도로 외로워지고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며, 지구 간의 지역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  따라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문제도 미국의 국토방위 문제로 일방적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 문제를 함께 고려하여 당사국인 한국과 최대한 협의하여 해결책을 찾아야만 합니다  미국이 지구적 복합조종을 통해 대테러전 제2단계를 대단히 신중하게 추진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21세기의 중요 관련 행위주체들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가가 또하나의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시점에서, 21세기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김 일위원장과 김대중대통령이 고민해야 할 핵심적인 두개의 숙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제 2 회의


국가정보대학원 전웅 :정보화시대의 테러리즘

우선 이 자리에서 토론할 기회를 주신데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하영선 교수님의 발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하 교수님은 9. 11 테러를 과거의 테러사건과는 다른 차원에서 다루고자 시도했습니다.  즉, 9. 11테러의 파급효과를 군사, 외교, 정보기술, 문화 등의 활동영역으로 구분하여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분석해 볼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비록 1년여 시간이 흘렀지만, 9. 11 테러는 모든 사람들에게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며, 미국 사회는 물론 전세계에 여전히 심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9. 11 테러 사건이 향후 세계질서 그리고 한반도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하 교수님은 오늘날의 테러 조직들이 첨단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과거보다도 효과적으로 테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오늘 저의 토론 내용은 하 교수님께서 일부 언급하신 내용 즉 정보기술과 테러리즘의 연계성에 대한 부연 설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정보화시대에 들어서서 변화된 테러리즘의 양상을 추적해보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정보통신혁명은 오늘날 국제사회의 모든 부분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컴퓨터와 네트웍을 중심으로 구축된 정보혁명은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인류 사회에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반면,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특히, 지난 해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9 11 테러를 감행한 테러리스트들은 조직체 형성 및 테러행위를 수행함에 있어서 정보통신기술을 적절히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납니다.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은 테러리스트들에게 크게 3가지 차원에서 이용될 수 있습니다.  첫째, 테러 조직들은 인터넷에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한 것으로 선전함으로써, 세계의 여론을 호도하고 새로운 조직원을 끌어들이는 한편 자신들의 활동에 필요한 기금을 모으는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둘째, 네트전을 수행하는 테러리스트들은 컴퓨터 해킹을 통해 상대국의 중요한 정보를 훔쳐 내든가 컴퓨터 바이러스를 유포시켜 정부의 정부통신기반구조를 무력화시키는 등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이버 테러리즘'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셋째, 테러 조직들은 컴퓨터와 통신망을 활용하여 여러 지역에 흩어져서 활동하고 있는 테러 조직간 정보를 교환하고 테러를 계획 실행하는데 협력하기도 합니다.


특히, 정보화시대에 들어서서 테러조직들은 조직체의 구조 및 활동 양상에 있어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테러조직은 야사 아라파트를 수반으로 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조직처럼 한 명의 지도자를 중심으로 하여 철저히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형성하여 일사분란한 지휘체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은 시리아, 리비아, 이란 등으로부터 테러범 양성훈련 장소 및 경비를 지원 받아서 활동해왔는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적극적인 대테러 작전을 전개함에 따라 이들의 활동이 다소 위축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왕성한 테러활동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하마스,'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헤지볼라,' 알제리아의 '무장 이슬람 그룹(GIA),' 이집트의 '이슬람 그룹,' 오사마 빈 라덴을 중심 축으로 하는 '알 카에다' 조직 등은 수직적인 지휘통제 체계를 바탕으로 하는 전통적인 테러조직과는 달리 유사한 종교와 이념을 바탕으로 다소 이완된 위계질서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 테러조직들은 의사결정권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어 있고, 개인 또는 다양한 그룹간에 수평적 협력이 활성화되고 있어 정도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네트웍 구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하마스'에는 비밀리에 활동하는 조직원이 있는 반면, 일부 조직원은 회교사원이나 사회봉사 단체를 통해 새로운 조직원 모집, 활동에 필요한 모금운동, 조직 운영 및 선전물 살포 등 공개적인 활동을 전개하기도 합니다.  하마스에는 적어도 10개 이상의 소그룹이 중앙집권화된 지휘통제 없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 역시 조직체를 이끄는 리더가 없어 결속력이 매우 이완된 조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헤지볼라는 수평적 네트웍과 수직 구조가 혼합된 형태를 보여주는 바, 조직구조는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이루고 있으나 조직원간의 행동 및 의사결정 방식은 다소 자유로운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밖에 알제리아의 '무장 이슬람 그룹(GIA) 이나 이집트의 '이슬람 그룹' 역시 중앙집권적 리더쉽이 없는 분권화된 조직 유형을 띠고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트전을 통한 테러활동으로 악명을 떨쳤던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 역시 상대적으로 자치적인 그룹들간에 복잡한 네트웍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자신의 개인 재산을 투자하여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다국적 연합체로 알려진 '알 카에다'라는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끌면서 아랍-아프가니스탄 테러 조직망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지만, 테러 행위를 직접적으로 지휘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동안 많은 테러 행위들이 빈 라덴과 연계된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상당수가 빈 라덴의 직접적인 지시나 재정적인 지원 없이도 저질러졌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빈 라덴을 9. 11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면서도 그가 직접 9.11 테러를 감행하도록 지시했는가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편, 정보통신기술은 지리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테러 조직들이 네트전을 수행하는데 긴요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테러 조직들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과거보다 용이하게 테러를 계획, 협력, 실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테러 조직들은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조직원을 신속히 충원할 수 있게 되었으며, 조직원들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조직의 융통성 또는 상황 대처 능력이 획기적으로 증대되었습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공통의 사고와 목표를 가진 개인들이 의기투합하여 소규모 테러조직을 구성하고, 일정 장소에 만나서 테러 행위를 저지르고 나서 해산하는 일들이 매우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경우 테러 행위가 신속히 전개되고 테러 행위를 자행한 조직이 전격적으로 해산함으로써 테러조직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더욱 어렵게 될 것입니다.


특히, 빈 라덴의 테러 조직망은 테러활동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정보통신기술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9. 11 테러 이전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 위치한 빈 라덴의 본부를 방문한 바 있는 신문기자에 따르면 빈 라덴은 첨단 컴퓨터와 통신장비를 활용하고 있었으며, 여러 지역에 은거하고 있는 소그룹들의 협력을 유도하고 이들의 활동을 조정하는데 위성전화를 많이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빈 라덴은 통신장비를 빈번하게 이용하면서도 신변보호를 위해 위성 전화기는 별도로 호송하곤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빈 라덴의 행동책들은 조직원 모집, 폭탄제조, 무기, 테러 등에 관한 정보를 저장하고 유포하기 위해 CD-ROM 디스켓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또한, 빈 라덴의 조직은 변화하는 환경과 필요에 맞도록 한 지역에서 원거리로 신속히 이동하여 테러 활동을 전개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알 카에다 조직은 알제리의 '무장이슬람 그룹(GIA)'와 이집트의 '이슬람 그룹(IG)'와 협력하여 테러행위를 자행한 적이 있으며, 1997년에는 소말리아로 훈련장소를 옮겨 '이슬람 해방단체'(the Islamic Liberation Party, ILP)와 협력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이들은 중국 정부에 대항하여 '성전'을 수행하도록 중국의 서부지역에 있는 신장, 위구루 지방에 이슬람 전사들을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빈 라덴을 중심으로 한 알 카에다 조직은 일단 기회가 포착되면 매우 신속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어 이들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통제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 테러를 감행한 사실에서 볼 때 네트웍 형태로 구성된 빈 라덴의 테러 조직은 기동력 있고 신속하게 원거리 테러 행위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한 능력이 있었기에 이들이 9.11 테러에서처럼 동시다발적인 테러행위를 감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요컨대, 오늘날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서 테러조직들은 조직의 형태 및 활동 양식 등에 있어서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테러 조직에 대한 대응활동 역시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것을 요구합니다.  예컨대, 전세계에 걸쳐 네트웍 형태로 구축된 테러 조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고 여러 국가들이 공동으로 협력해야만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박사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외교 전략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전략이란, “어떠한 목표가 있으면 그 목표를 위협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 위협 요소는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의 단계적 고려아래에서 파악이 가능하다..

9.11 이후의 소위 ‘새로운 세계(New World)’를 맞아 우리는 국제정세의 여러 차원에서 상당한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그러한 언급의 요체는 미국의 반테러 전쟁과 더불어 국제관계의 본질이 변하고, 특히 냉전 이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9.11 이후 미국은 변화하는 국제안보환경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있음이 여러 면에서 목격되고 있다. 

 



탈냉전과 세계전략환경의 변화

1990년대 탈냉전이라는 큰 세계사적 흐름은 향후 국제질서의 형태에 관한 다양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양극체제를 대체할 국제질서에 관한 논의들은 대체로 미국의 향후 역할에 집중되었고 크게 보면 두 가지 입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견해는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세계안보의 가장 큰 위협이 사라졌으므로 미국이 각종 국제문제에 개입할 필요가 없어졌고 또한 세계경찰 역할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쓸 근거가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미국은 유럽연합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대해 남발해온 안보공약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두 번째 견해는 미국이 이제 역사상 유례없는 단극체제의 순간(unipolar moment)을 맞고 있으며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국제정치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당분간은 미국의 압도적 헤게모니에 도전할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미국이 이에 걸맞는 리더쉽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향을 강하게 띠면서 현실주의 외교와 힘을 통한 평화를 도모하는 국제주의(internationalism), 그리고 미국의 국제적 역할을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일방주의(unilateralism)로 특징지워졌다. 9.11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은 일방주의적 색채를 더욱 강하게 띠면서 국제관계의 전 영역에 걸쳐 필적할만한 상대가 없는 우월한 지위를 바탕으로 힘에 의한 강공 태세를 견지하고 있다.

9.11 테러와 미국의 새로운 세계전략

작년 9월 30일, 두 번째로 발간된 4년주기 국방태세점검(Quadrennial Defense Review)은 현재의 국제안보 여건을 점검하면서 가장 중요한 위협이 비대칭 위협, 특히 대량파괴무기(WMD)를 동원한 위협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정학적 거리가 더 이상 미 본토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시대가 왔고, 지역 패권국의 등장 가능성이 증대되었고, 실패한 국가들이 지역 불안정의 소지를 제공하고, 비국가 행위자들에게 군사력이 분산되었고, 분쟁의 원인과 지역이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화되었다는 사실이 현재의 국제안보 환경을 구성한다. 그러면서 군사기술력의 비약적 발전,  CBRNE 무기(화학, 생물학, 방사능, 핵, 고성능폭탄)와 탄도미사일 확산, 우주와 사이버공간까지 확장된 군사경쟁 등이 주요 군사안보 추세라고 진단하였다.


이러한 안보환경 변화에 대처하여 미국의 세계전략은 ‘위협에 기초한 모델’(threat-based model)에서 '능력에 기초한 모델'(capability-based model)로의 전환을 천명하고 있다. 즉, 미래의 적이 누구일지는 모르지만 어떤 수단으로 위협할 것인가, 잠재적 적의 능력이 무엇일지를 예견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1 QDR의 또다른 강조점은 본토 방어(homeland protection)이다. 본토 방어는 90년대초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오기는 했지만 구체적 전략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당위적 명제로서 제시되었었다. 그러나 9.11 테러를 계기로 본토보안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를 신설하고 군사적인 면에서는 미국 본토 방어를 전담할 북부사령부(Northern Command)가 창설되었다. 미 국방부는 금년 9월경에 이상의 제반 고려사항들이 포함된 보다 포괄적인 안보전략을 발표할 계획으로 있다.
한편 전략핵무기에 관해서는 금년초 내용이 폭로된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 Nuclear Posture Review)』가 대체적인 윤곽을 말해주고 있다. 이번 NPR의 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사항으로는 우선 첫째, 핵위협의 다변화에 따른 핵 선제사용 가능성을 선언하고 있다. 냉전시대 미국 핵전략의 핵심은 유럽에 대한 구소련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이번 NPR은 핵 사용 대상 목표로 중국, 러시아, 이라크, 이란, 북한, 리비아, 시리아 등 7개국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있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둘째, 기존의 핵억지 전략을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핵무기 사용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즉, 재래식 무기로 파괴할 수 없는 요새화된 지하목표물이나 핵,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파괴하기 위해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테러전 이후 변화한 시대상황에 맞는 미국 외교안보 정책은 예방적 선제개입으로 정리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대선 때만 해도,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 직결되지 않는 국제적 개입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세계의 경찰국가를 추구해온 클린턴 행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과거에 언급한 적이 없던 선제 행동(preemptive action)과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외교관과 군사력을 파견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테러와 관련된 국제문제에 대한 적극 개입 의사를 명확히 했다.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언론들도 부시의 ‘선제 공격’ 선언은 역사적으로 선제공격이나 기습공격을 하지 않았던 미국의 전쟁관이 근본적으로 변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미국의 이러한 대테러관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기 시작한 적극적 선제공격(hot preemption) 경향을 더욱 부추기고 있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세계전략과 한반도

이러한 미국의 새로운 세계전략은 한반도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특히 미국의 대 이라크 군사행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열 것으로 기대되었던 미국의 특사파견이 서해교전으로 철회됨으로써 한반도는 당분간 획기적인 상황호전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북한은 1993년 이래 미 국무부가 지정한 국제테러 지원국이며 미국의 반테러 전략이 지속되는 한 언제든지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미관계가 악화되면 2003년 한반도 위기설이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강경한 입장을 취할수록 대북정책 추진에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북미관계가 꼬이면 이미 국민적 지지를 상실해가고 있는 대북정책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당분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모두에서 한국 정부의 입지는 더욱 어려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연대 통일 연구원 이혜정 박사


I. 거시적 이해의 문제

9/11 테러를 세계질서의 변환이란 거시적 맥락에서 고찰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단히 어려운 과제이다. 그 이유는 우선 ‘9/11 테러’란 명칭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숫자로 기록되는 역사는 현실의 ‘이름’을 짓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 혹은 해석의 기반이 부재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숫자로서의 역사는 또한 해석의, 이름의 치열한 전쟁터이다. 한국의 현대사를 구획하였던 숫자들--625, 419, 516, 1212, 517 등--이 그 이름을 갖기 위해 겪었던 ‘전쟁’이 이를 증명한다. 9/11테러의 역사적 의미 혹은 그 이름 역시 현실의 대테러 전쟁은 물론 해석의 ‘전쟁’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현실의 전쟁을 주도하는 미국이 해석의 전쟁에서도 주역임을 물론이다. 그래서, 9/11 테러에 대한 거시적 이해는 현실과 해석의 두 전장에 대한 이해, 그리고 미국에 대한 이해를 동시로 필요로 한다.

‘사실관계’: 9/11 테러는 분명 사상 초유의 것이다. 테러의 주체가 지구적 연결망을 지녔다는 점이 그러하고, 공격이 대상이 역시 사상 유례없는 패권국가이며 본토가 공격당한 경험이 거의 없는 미국이란 점도 그러하며, 미국패권의 근간이며 시장경제의 기반 시설이라 할 민간항공기를 박스 커터로 납치하는 ‘원시적’ 수단에 의한 공격이 초래한 현실적, 상징적 피해가 또한 그러하다. 보이지 않은 테러조직의 연결망과 그 지원국가들에 대한 “21세기의 첫 전쟁”에 중립을 허용하지 않으며 국제적인 동맹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대테러 전쟁 양상 역시 사상 초유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전환과 지속: 9/11 테러에 대한 거시적, 역사적 이해는 ‘사실관계’의 분석을 넘어서는 작업이고, 이를 위한 주요한 질문의 하나는 9/11 테러를 기준으로 세계질서를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역사적 유추를 동원하여, 이 질문을 달리 표현하면 9/11테러가 세계대전이나 대공황에 버금가는 역사적 전환인가 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한 “대전환”으로 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상징적인 측면에서 9/11 테러의 파괴력은 물론 가공할만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그 피해는 세계대전과 비교할 수 없다.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한 대비의 측면에서 볼 때도, 미국의 현실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했음이 증명되었지만 위협에 대한 예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공황에 (의한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의 붕괴에) 버금갈 정도의 인식의 혼란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앙적 테러”는 소련의 붕괴 이후 미국의 전략가들이 주목하였던 새로운 위협이었고, 9/11테러는 그들의 주장을 확인시키며 미국안보기구 전반의 제도적 개편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9/11테러는 비록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본토가 안전하지 않음을 증명했지만, 세계대전이나 대공황이 초래한 국가간의 힘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진주만과 한국전쟁: 미국과 세계와의 관계에서 보면, 9/11 테러는 세계대전이나 대공황에 비견되기보다는 진주만이나 한국전쟁과의 연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본토가 공격당했다는 점에서 9/11 테러는 일본의 진주만 공습과 비견된다. 비판과 음모론의 측면에서도 둘은 비슷하다. 첩보처리와 군사적 대비의 측면에서 루즈벨트행정부와 부시행정부 모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한편, 이들 행정부가 일정 부분 미국에 대한 공격을 ‘조장’했을 지 모른다는 음모론 또한 닮은 꼴이다.


패권의 제도적 정비란 측면에서 보면 9/11 테러는 한국전쟁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트루만행정부는 한국전쟁 이전 패권을 위한 제도적 정비와 국내적 자원동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전쟁을 통한 안보국가의 형성을 당시의 국무장관 애치슨은 한국전쟁이 우리를 살렸다는 유명한 표현으로 적시한 바 있다. “냉전-탈냉전 간전기-탈탈냉전기”의 분석틀에서 보면, 9/11 테러는 탈탈냉전기의 안보전략을 실현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II. 9/11 테러와 미국패권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안보전략은 방어와 대외정책을 아우르는 것이었다. 2차대전 발발 이전부터 루즈벨트행정부는 라인강연안을 미국 방어의 전초로 설정하였었고, 방어의 종심을 넓히는 작업은 미국의 패권정책과 맞물리는 것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소련의 붕괴 이후 유라시아의 내륙이 미국패권의 “거대한 체스판”에 포함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9/11테러에 대한 앞의 ‘사실관계’ 분석은 방어와 대외정책의 결합체인 미국의 패권정책에 다음과 같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보이지 않는 “공공의 적”: 미국의 대테러 전쟁은 보이지 않은 테러집단의 연결망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는 데 근거하고 있다.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는 곧 미국의 생활양식에 대한 전쟁이며, 이는 다시 인류문명 자체에 대한 공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하였던 냉전의 정당화 논리와 동일하다. 이러한 논리는 새로운 “공공의 적”이 소련의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에 비견할만한 것인지, 테러가 공공의 적이 아니라 단지 미국의 적인지에 대한 회의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지니고 있다. 또한 냉전에서 미국이 겪었던 ‘실패들’--베트남전쟁과 같은 국가형성 혹은 사회화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느냐도 과제이고, 주권국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현재의 국제체제가 비국가행위주체로부터의 위협을 다루는 데 지니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본토방어와 예외주의: 미국의 예외주의 전통을 예외적인 미국체제를 보호하는 데는 어떠한 제한도 없다는 일방주의로 이해하면, 9/11 테러는 방어와 (패권적) 대외정책의 결합 또는 절충의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 것이다. 대테러 동맹의 유지,더 넓게는 세계질서의 관리란 측면에서 보면, 일방주의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본토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일방주의가 드세질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는, 미국의 본토 방위를 위한 국내법이 국제법적 규정을 확보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다시 주권국가체제의 문제와 연관된다. 다른 한편, 미국의 생활양식이며 패권의 기반이 시장경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본토의 안전을 위한 미국의 조치가 경제적 세계화의 기반을 보호하면서도, 그 활력에 장애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과제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 예외주의와 세계질서의 공공의 이익, 일방주의와 다자주의를 효과적이고 ‘창조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이 미국패권의 최대 과제라 할 것이다.

 



홍현익 박사


미국의 패권질서와 관련하여 색다른 면은, 이번 테러가 본토에 대한 영향 뿐만 아니라 미국의 자본주의 상징인 뉴욕과 군사력의 상징인 팬타곤이라는 양 상징을 공격하였다는 것이다.  미국 주도의 국제정치 질서에 핵심적인 타격을 준 것은, 미국이 매년 4,000억 달러의 경상 적자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경제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의 가장 유망한 투자 적격지였기 때문인데 이제는 국가 안보 자체가 기본적으로 흔들리면서 해외 투자가 격감하고 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유로화가 등장하여 달러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더군다가 엔론 파산, 월드컴, 제록스 등의 사태를 통해서 이것이 미국이 하나의 세계 경영의 표준으로써 세계 모든 자본을 흡입해 들이는 힘을 상실하고 있다. 이러한 것이 미국 장래 경제 패권 질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며, 테러 사태로 인해 클린턴의 재정 흑자가 완전히 적자로 전환되어 이것이 과연 미국 패권의 핵심인 미국의 신용도 유지에 얼마나 영항을 미칠 것이냐에 미국 패권의 장래가 달려있다.

 



숙명여대 전재성 


첫째, 시기구분에 관한 내용 : 탈냉전의 시기구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냉전 종식 이후의 시기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다. 성격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가가 문제이다. 외교사와 국제정치이론의 도움을 받아서 나눠보면 크게 네 시기로 나눠 볼 수 있다. 탈냉전이 시작된 것은 양극 체제가 붕괴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89년 말 말, 2+4 독일 통일회담이 시작되면서 소련이 자기의 캠프 붕괴를 허용한 90년 초반부터 2002년 초반까지의 12년 간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나타난 질서의 성격은, 전쟁이 끝나서 패전국이 생기면 전후처리를 하는데 냉전도 전투는 없었지만 하나의 전쟁이라고 본다면 전후처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전후처리에 들어가는 내용들은 패전국 처리 문제, 승전국 간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새롭게 등장해야할 안보 제도를 어떻게 형성해야 할 것인지, 그 안보제도의 규범적 기반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것인지, 거기에 포섭되지 않은 제 3세력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등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차대전 이후에는 독일과 일본의 처리 문제, 승전국이었던 미소의 관계조정문제, UN을 설정하고 그것에 대한 규범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 등등, 따라서 탈냉전 1기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성격은 냉전의 전후처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 그래서 소련 및 구 공산권을 어떠한 국가로 규정해서 한편으로는 부흥을 도와주면서 그 다음으로는 미국 중심의 세계체제로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지, 두 번째로는 공동 승전국이었던 EU와 일본을 새로운 나토와 뉴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 보통 보면 대전쟁 이후에 승전국의 관계는 반드시 짧은 시간내에 파탄으로 가게 된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에 신성 동맹이 나타나고 2차대전 이후에 냉전이 생긴다던지,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에는 신기하게도 아직까지 승전국간의 갈등이 두드러지게 틀을 깰 정도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데 이는 미국이 성공적으로 승전국간의 관계를 재조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테러 안보 제도를 설정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규범적 기반, 리버럴 질서라고 하는데 리버럴리즘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하고, 제 3세력이라고 하면 미국 질서에 편입되려고 하지 않으려 하는 90년부터 로그 스테이트라고 이름 붙여진 국가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그래서 탈냉전 1기를 숫자로 표현된 역사로 말씀드리면, 1기는 전후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모든 자원이 집중되는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되면 그 다음에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를 처리하는 내용적으로 다른 시기가 등장하는 것 같은데, 시기적으로 딱 처리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은 새로운 위협, 냉전이 끝난 이후에 만들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냉전의 전후처리는 냉전기에 등장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간이었다면, 흔히 요즘 많이 나오는 새롭고 모호하고 비대칭적인 위협 등으로 표현되는 탈냉전기에 발생되는 문제를 탈냉전기에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시기에 돌입하고 있다. 개념적으로 모호하게 말하면 미국의 패권, 단극 체제의 기반을 조정하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노력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시장에 의한 평화이다. 그 시장은 미국이 공공재를 반드시 제공하는 곳으로써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가 공공재를 제공하는 시장에 의한 평화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커머셜 피스라고 말하는 자유주의 논리를 우리 입장에서 논박할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 모든 시장이 실패를 피하려면 공공재가 제공되어야 하고 그 공공재를 제공하는 주체가 단일 국가라면 그것이 기축통화이던지 아니면 무역체제의 틀이던지 반드시 공공재 제공국가가 많은 이익을 얻게 마련인 것 같다. 그것이 패권의 경제적 기반과 연관된다.

 

두 번째, 민주적 평화인데 이것 역시 민주주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두 국가가 갈등을 일으킬 때 그 최종 조정력을 누가 갖고 있느냐를 보면 결국은 미국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니버는 민주주의를 Managed anarchy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결국 민주주의는 갈등이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 권위를 가지고 조절해야 하는데 미국이 그것을 가지고 있다면 미국평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하대 이수영 

21세기 국제분쟁의 변화경향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중심으로 발표를 하겠다.


근대 민족국가 탄생이후부터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근대 전쟁패러다임의 일반성은 정부/군대/국민의 삼위일체에 입각한 것이었다. 전쟁과 전쟁 목표에 개입하는 실체들이라는 측면에서 정의될 수 있는 전쟁의 본질(the nature of war)은 국가의 합리적 이성이나 정치적 대의명분을 위한 민족국가들간의 전쟁이었다. 갈등의 형태와 관련된 것으로 전쟁이 벌어지는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정의될 수 있는 전쟁 수행방식(the conduct of war)은 근대 산업기술에 기반한 대규모 군대와 대량무기들에 의해 수행되는 산업적 소모전이자 기동전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국가안보에 대한 개념정의도 기본적으로 근대 전쟁패러다임의 일반성을 반영하여 외침으로부터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군사적 위협에 대한 군사적 방위의 측면에서 정의되어져 왔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냉전 종식과 더불어 지구화(Globalization)와 정보혁명의 가속화 현상은 전통적으로 국가가 독점해 온 안보, 외교, 경제 등의 쟁점영역에서 탈국가화 현상 및 안보 주체의 다양화와 새로운 안보위협의 등장을 촉진시켜 왔다. 이에 따라 근대 전쟁패러다임의 적실성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고, 특히 럼스펠드(Rumsfeld) 국방장관이 21세기 최초의 새로운 종류의 전쟁이라고 언급한 9?11 뉴욕 테러를 계기로 근대 전쟁패러다임에서 벗어나 21세기 국제분쟁의 유형 및 성격을 조명하고자 하는 새로운 접근방법인 제4세대전쟁(4GW), 네트전(Net War), 그리고 비대칭전쟁(AW)의 중요성이 보다 부각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방법들은 공통적으로 탈근대성에 입각하여 전쟁 주체로서 비국가 행위자들의 상대적 중요성과 전쟁의 본질 및 전쟁 수행방식의 근본적 변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들의 접근방법은 또한 21세기 국제분쟁을 바라보는 인식론과 전쟁 수행방식의 상대적 중요성에 있어서 차별성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서는 이들 접근방법의 핵심적 논점들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21세기 국제분쟁의 성격에 대한 첫 번째 접근방법은 크레벨드(Martin van Creveld)와 린드(William S. Lind) 등으로 대표되는 제4세대전쟁 개념이다. 이들은 탈근대(postmodern)를 과거지향적인 근대이전(premodern)으로 인식하면서 근대 전쟁패러다임의 일반성인 정부/군대/국민이라는 클라우제비츠식 삼위일체(Clausewitian Trinity)는 인류 역사에 있어서 통상적인 것이 아니며 유사이래 전쟁은 비삼위일체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21세기의 전쟁은 점차적으로 비삼위일체가 될 것이고, 그러한 전쟁이 바로 제4세대전쟁이며, 9월 11일의 뉴욕 테러는 제4세대전쟁의 현실화인 것이다. 제4세대전쟁은 전쟁 주체로서 비국가 행위자, 전쟁 목표물로서, 적의 민간 핵심시설인 비군사목표물을 강조하고 전쟁과 평화, 민간인과 군인의 구별은 무의미하다고 파악한다.


두 번째 접근방법은 아끼야(John Arquilla)와 론펠트(David Ronfeldt)로 대표되며 정보혁명의 영향을 강조하는 네트전 개념이다. 이들은 탈근대를 미래지향적 측면에서 인식하면서 산업화시대에 자본과 노동이 국가 경쟁력을 위한 전략자원이었다면 정보화시대인 오늘날 정보는 상당한 가치와 영향력을 가진 전략자원이 되고 있다고 파악한다. 또한 산업화시대의 위협이 집합적/선형적/일차원적 유형이었다면, 정보화시대의 잠재적 위협은 분산적?비선형적?다차원적 유형이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높다고 파악한다. 이러한 시대 흐름의 변화속에서 새로운 전쟁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는 네트전은 다방면의 다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키고, 통신목적으로 인터넷 이메일(internet e-mail)과 웹사이트(web sites)를 이용하며, 조직의 유형으로 구성원리가 단편적이고(Segmented), 하나의 중심적인 지도자나 사령관이 존재하지 않는 다중심적이며(Polycentric), 조직원들간의 이데올로기가 통합적인(Integrated) 네트워크(Network) 유형인 스핀(SPIN)개념을 중요시한다. 특히 이들은 네트전의 입장에서 9?11 뉴욕 테러를 조직적?화술적?독트린적?기술적, 그리고 사회적 수준에서 분석하였다.


21세기 국제분쟁의 변화 경향에 대한 세 번째 접근방법은 미 국방부의 공식문서와 메츠(Steven Metz) 등으로 대표되는 비대칭전쟁 개념이다. 비대칭전쟁 개념은 제4세대전쟁이나 네트전의 주요 특징들 모두를 포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큰 범주에서 전쟁의 본질 및 전쟁 수행방식을 조명하고 있다. 물론 국제분쟁과 관련하여 비대칭은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비대칭전쟁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미 국방부 역시 그러한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냉전종식을 계기로 비대칭전쟁의 중요성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비대칭전쟁은 기존의 전쟁 기준이나 규범에서 벗어난 갈등이나 전력균형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간접적 접근방법으로 불공정한 전투, 취약점 공격하기, 정보 혹은 사이버전, 선전전, 테러리즘, 그리고 화학, 생물학, 방사능(CBR: Chemical, Biological, Radiological)의 대량살상무기 등으로 기술되고 있다. 그러나 비대칭전쟁 개념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능력, 의존도, 취약성, 그리고 가치상의 비대칭과 관련이 있다.


특히 비대칭전쟁과 관련하여 미국은 9?11 테러를 계기로 초국가적 위협(Transnational Threats)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초국가적 위협은 국가 영역을 넘어서 행위의 반경이 지구적인 위협이다. 초국가적 위협은 정치?경제적 의제와 같은 공통의 특성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에는 국제적 테러 등의 폭력을 사용하고 대량인명살상을 가할 의지와 능력을 공유한다.

 



한신대 김명섭 

 

하영선교수님의 발표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해보고, 배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하교수님께서 21세기 문명의 표준이라는 화두를 끄집어내신 것에 주목하면서, 21세기 문명과 9-11테러의 상관성에 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하교수님께서는 "9.11 테러를 '문명의 충돌'이라는 시각에서 해석하고 문명을 새로운 행위주체의 가능성으로 보려는 일부의 오해가 있으나, 이러한 논의들은 문명과 문화의 차이에 대한 초보적 구분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신 것에 대해 대체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전략으로서의 문명"과 "설명틀로서의 문명"은 좀 다르게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 전략으로서의문명과 설명틀로서의 문명

헌팅턴의 문명론은 결국 대서양문명연대론으로 귀결되고 있는데 과연 문명이라고 하는 것이 헌팅턴이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하나의 전략적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하교수님께서도 유사한 말씀을 해주셨지만 문명이란 문화와 달리 충돌하기 보다는 포용하고 융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와 문화는 충돌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그러한 충돌, 마모, 융합의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 것이 문명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문명을 하나의 전략적 자원 내지 목표로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거나 불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문명사의 대사건으로 알려져 있는 레판토해전의 경우를 보더라도 문명충돌의 논리를 앞세워 교황청과 에스파냐를 부추겼던 베네치아상인들은 이익을 보았지만, 에스파냐는 무적함대라는 별명 외에 별로 얻은 것이 없었습니다. 전략으로서의 문명론이 가지는 함정은 헌팅턴의 대서양문명연대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지식인들의 동아시아문명연대론 역시 빠지기 쉬운 것이라고 봅니다.

 
전략적 차원의 문명충돌론은 이번 테러사건을 통해 볼 때, 일종의 자기성취적 예언이 되고 말았습니다. 헌팅턴의 논리는 미국의 문명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문명의 선도국가로서 어떤 역할를 담당할 것인가에 대한 진정한 문명적 성찰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문명충돌로 몰아가기 위한 사례들은 최대한 나열되었습니다만 어떻게 문명충돌을 넘어 문명 간의 이해와 문명 간의 교류, 그리고 문명 간의 융합을 이루어낼 것인가에 관한 문제의식은 빈약합니다. 전략론으로서의 문명충돌론은 결국 테러에 대한 전쟁을 인류문명사의 희비극이었던 십자군전쟁으로 몰고가려는 태도로 이어질 우려가 큽니다.


이처럼 문명을 전략으로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문명을 하나의 설명틀로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지원받으면서도 냉전의 종언을 거의 예측하지 못했던 냉전시대 국제정치학계에 대한 반성의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설명틀로서의 문명에 주목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 합니다. 그리고 9.11테러를 문명이라는 새로운 설명틀에 비추어서 생각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하교수님께서도 지적하신 것처럼 빈 라덴이나 부시 대통령의 담론이 "악마"와 "천사", "선"과 "악"이라는 성전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2. 야만의 충돌로서의 9-11테러

9. 11테러는 문명의 충돌이라기 보다는 야만의 충돌에 가깝습니다.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그것은 쌍생아적인 성격을 가졌던 두 집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같은 길을 걷다가 서로를 향해 총질하고 있는 상태로 보여집니다. 냉전시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지하드 개념을 이용한 미국의 비밀공작 기관과 이슬람 무장세력 간의 밀월관계가 10년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CIA가 다른 지역에서도 그런 것처럼 마약재배를 후원하고, 객지에 나와있던 소련병사들은 그 마약에 중독되고, 마약판매대금이 다시 이슬람과격단체의 활동자금으로 활용되는 폭력적 매카니즘이 확대재생산되어 온 것입니다.


냉전체제 종식을 알리는 걸프전을 통해 전자오락과 같은 전쟁화면을 보여주면서 앵글로색슨주의에 기초한 열광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과 같은 책들이 198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쇠퇴론을 완전히 대체했습니다. 클린턴행정부시대의 호황이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주었구요. 냉전체제 종식 이후 인류는 급속한 세계화의 과정을 겪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여러 문화권의 표준들이 합해지고 그것들을 통해 미래의 인류를 위한 새로운 문명적 표준을 만들어 갔어야 했는데, 이슬람권을 비롯한 몇몇 문화권의 표준은 상당히 과소 대표되었습니다.


물론 적극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들을 끌어모으지 못한 것이 미국만의 책임은 아니며,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말하고 조직화해내지 못한 쪽의 책임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오늘날 세계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저변에는 유럽에서 수백 년 간 축적된 문화적 표준은 물론 다양한 삶의 표준들을 흡수, 통합했던 문명적 용광로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탈냉전의 국제질서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충분히 대변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UN을 비롯한 다양한 국제레짐들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만, 미국은 이러한 활동들에 대해서도 소극적이었습니다.


폭력적인 문화는 있어도 폭력적인 문명은 없습니다. 야만은 책임을 논하지 않지만 문명은 책임을 따집니다. 비록 상대방이 야만이라 할 지라도 상대방의 박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문명이 아닙니다. 아울러 주류적인 문명적 표준, 보편을 선점하고 있는 쪽에서 자신들의 역사성에 대한 반성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만찬에 늦게 와서 먹은 것이라고는 커피 밖에 없는데 저녁만찬비를 나눠내자고 하는 것"은 보편을 가장한 억압입니다. 문명의 이면에 이미 야만이 있었다면, 문명이 지불해야 하는 몫의 크기는 분명히 달라야 합니다. 냉전종식 이후 미국이 첨단문명국으로서의 적절한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3. 제국적 평화(Pax imperial)인가, 국제적 평화(Pax International)인가

9-11테러이후의 신세계질서, 그리고 미국이 구상하는 이른바 탈-탈냉전기 질서와 관련한 하교수님의 발표 중에 가장 중요한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통합'(integration)이 아닐까 합니다. 미국이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하여 유일제국으로서 21세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미국이 소련과 같은 강요된 제국이 아니라 초대받은 제국(empire by invitation)이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냉전시대에도 이미 초대(invitation)와 더불어 통합(integration)이 있었습니다. 19세기 영국이 추구했던 것과 같은 분할에 의한 지배(divide and rule)가 아니라 통합에 의한 지배(reign by integration)의 전략이 추구되었습니다. 미국이 유일제국이 된 탈냉전기 동안 미국은 점차 이 통합에 의한 지배의 개념을 새롭게 발전, 강화시켜왔다고 보여집니다.


결국 세계는 제국적 평화인가, 아니면 국제적 평화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것은 물론 제국적 안보(imperial security)인가, 아니면 국제적 안보(international security)인가라는 고민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국제적 시스템을 통한 평화라는 개념은 비엔나체제를 구축했던 유럽의 경험을 통해 크게 발전했던 것입니다. 반면에 팍스 로마나로 대표되는 제국적 평화 역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시행정부는 제국적 평화 또는 제국적 안보를 강력하게 추구하고 있고, 이것은 국제적 평화나 국제적 안보를 추구해왔던 인류의 또 다른 유산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교수님께서 지적하신대로 제국적 평화질서 내에서 각 국가들에 대한 랭킹이 매겨지고 있고, 이러한 랭킹을 쉽게 부정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설사 신세계 질서가 국제적 평화의 개념보다 제국적 평화의 개념이 우세한 시대가 된다고 하더라도 제국적 평화에 맞서는 또 하나의 개념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개인적 평화(Pax Individu)입니다: 마치 공룡의 반대편에 개미처럼 비도덕적 제국의 반대편에서 제국에 대한 신민서사를 거부하는 원숙한 도덕적 개인들의 네트워크. 만일 안토니오 네그리의 주장처럼 모두가 이미 제국 안에 들어와 있다면, 바로 그 제국 안의 대중속에서 "개인주의적 사회주의"라는 모순을 지향하는 새로운 힘으로서 비도덕적 제국에 저항하는 도덕적 개인의 평화(Pax Individu)라는 새로운 싹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보여집니다.



국방대학원 한영섭


Cool war, Global civic society


1999년과 2000년 미국의 랜드 연구소의 '미국의 장래 국방계획'이란 프로젝트 팀에 들어가서 미국이 미래의 위협을 어떻게 할 것인가 토의 하는 것을 봤는데 그 때 두가지가 떠올랐다. 하나는 Cold War 방식인데 예를 들어 소련을 대신하는 중국의 부상과 인도의 등장과 같은 새로운 파워의 등장이 cold war는 아니지만 cool war를 하는 형태였고, 다른 하나는 global civic society라고 해서 이것은 완전히 세계화된 상태에서 국가란 자체가 없어지고 시민 집단, 다국적 기업이 지배하는 권력이 분산된 형태의 사회가 등장하다는 것이었다. 그럴 경우의 새로운 위협이란 무엇이 될 것이냐. 다국적 기업이나 분산된 세계화된 네트워크게 도전하는 것은 무기의 사유화와 지엽적, 지방적 폭력의 형태로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막는 형태는 무엇이 적당하냐. 그것도 하나의 테러인데, 테러가 등장할 경우에 이것은 빠르고 분산된 상태로 움직이기 때문에 경찰력을 기동타격대식으로 발전시켜서 다국적 기업이나 Global 단체들이 개별적으로 집단을 사가지고 방위를 하는 형태로 발전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것을 계획하는 데 있어서 사실은 전쟁규모의 테러가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전쟁규모의 테러가 터지자 지금까지 과거의 연장으로써 위험을 보고 그 위협에 대처하던 수단이라는 것은 남아있는데 그 대신에 새로운 대응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맞추다 보니까 미국도 인식의 혼란을 겪고 있고 아직도 새로운 형태의 위협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혼재된 상태에 놓여있다. 그것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두 가지 중 하나는 세계화와 global network economy를 통해서 성공한 국제적, 전지구적 경제 공동체, 시민공동체와 같은 선진적 형태에 따라가지 못하는 세력이 반발하거나, 불이익을 받은 집단들이 네트워킹을 통해서 테러를 일으키고 있는데 그런 테러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통적 국가들 중에서 세계화와 시장경제에 실패한 국가가 과거의 전쟁 형태로서가 아닌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의 경우 10년 20년 내에 러시아가 국가로써 유지를 못하는 경우 대량살상무기를 집단들이 보유하여 테러세력화될 수 있다. 북한도 하나의 실패한 레짐인데 앞으로 탈북자가 많이 생기고 몇 년 내에 화생 무기를 보유해서 테러집단화 될 수 있다. 그러므로 Failed globalization한 집단과 failed regimes으로부터의 위협을 다 막아야 한다. 대응 방법은 네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 군사중심적 대응을 하고 있다. 테러 이후 잠재적 적대국들이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안될 경우 때리는 방법이 하나 있다. 또 하나는 실패한 레짐들이 국제 질서를 교란할 경우 옛날에는 그 국가들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격퇴한다는 문구만 있었으나 이제는 적대국가들의 체제전복과 점령을 하겠다는 끔찍한 문구들도 있고 또 한 지역에서 미국 대통령으로 하여금 체제붕괴나 점령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 선택폭을 적용하겠다는 것들이 9.11 이후 등장하고 있는데 무서운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능력에 근거한 계획의 측면에서 테러 이후 각군의 프로그램 상에서 테러에 대비한 새로운 무기체제 개발하고 있는데 옛날과 다른 것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정보적인 대응인데, 테러 네트워크를 감시, 탐지, 차단함과 동시에 이러한 능력을 우방과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예전의 미국 중심적인 대응을 벗어나는 것으로 이 월드컵때 그것이 처음 실시되었다. 미국이 테러 방지를 위해 정보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고 공동위원회를 만들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북한의 서해 도발이 미국의 모든 정보 사진으로 잡혔다. 1차 자료를 미국이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미북회담을 할 때 이는 북한에 대한 불신을 확신시키는 자료로 이용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자산 대테러시스템을 동원해서 처음 실시해본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또 하나는 과거의 위협에 대응하는 형태와 지금 테러 이후에 대응하는 형태가 혼재되어 나타나는 것은 중앙아시아의 미국기지화이다. 예전에는 접근기지가 하나도 없었는데 이제는 인도,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 현재 미군의 군사기지가 들어가 있고 앞으로 반영구적 주둔을 할텐데 이것이 지금 알 카에다 등을 발본색원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앞으로 전통적인 국가들이 실패한 레짐이 되어 전세계적 테러세력화가 될 때를 대비해서 러시아 가까이 가 있는 것이다. 러시와와 중국에 대해 양면적인 효용성을 갖는 몽고를 미국이 전략투자지역화하는 것도 그 한 예이다. 이와 같은 단기적이면서도 장기적인 포섭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외교적인 방법으로써 동맹국간의 네트워킹이 과거에는 북한에 대한 위협은 한국이 막아라와 같은 것이었지만 이제는 동맹국간에 종합적인 통합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이 혼란상태에 있다는 것은, 2차대전 이후와 탈냉전 이후에 비젼을 제시하는 것과 상응하게 9.11테러 이후에 테러에 대응하는 것으로써의 미국이 아니고 21세기 밀레니엄을 지도해갈 세계적 슈퍼 파워로써의 비젼에 근거한 정치외교, 군사를 통합한 전략은 아직 안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략이 나오고 있지 않은 시점에 이와 같은 모임에서 미국의 관점에서 생각해서 방향과 내용을 채워줄 수 있는 담론이 나와야 한다. 

 



김종환 박사

 

학자들은 모든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토론하는 경향이 있지만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고 이러한 세계의 변화가 한반도의 변화와 직결되고 있기 때문에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해서 문제에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 9.11 이후의 미국의 세계질서에 대한 태도를 규정하는 데 있어서 "Make the world save for U.S"를 미국이 어쩌면 하고 싶지 않았지만 미국의 최대목표로 삼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모든 역량을 발휘해서 미국의 평화와 안녕,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세계 재편성에 이제 미국은 모든 걸 동원해서 목표를 달성하려는 방침이 굳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의 이라는 것은 다야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안보가 최대의 관심사이고 과제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미국이 해결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조직을 파괴해야 하고 2차적으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불량 국가들을 파괴해야 한다는 것에 도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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