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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딜레마 빠진 남북 … 북한은 경제 발전 불가능, 남한은 북한 설득 불가능”
 

중앙일보 

2014-09-29 

캠벨 "북에 대한 중국 보디 랭기지 변했지만 기본 입장 그대로"

하영선 "한·일 감정적 정치 악순환 … 부정적 감정 풀 필요"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EAI) 이사장(오른쪽)이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만나 북핵 문제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캠벨 전 차관보는 ‘한반도 국제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커트 캠벨(57)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2월 그만두기 전까지 미 국무부 내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룬 최고위 정책담당자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도 가깝다. 통일부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주최한 ‘한반도 국제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캠벨 전 차관보를 26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하영선(67) EAI 이사장이 만났다. 한 시간여 진행된 두 사람의 대담에선 북한 핵문제에서부터 미·중 관계 등 외교 현안이 다뤄졌다.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해 하 이사장이 “남북 모두 북핵 문제로 인해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하자 캠벨 전 차관보는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취하는 한 우리는 갈수록 풀기 힘든 수수께끼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야별 주요 문답.

 

▶하영선 이사장=“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핵·경제 병진 노선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한국과 관계 개선을 원한다고 볼 만한 희망적 언급도 간단히 있었다. 이런 기본 입장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남북 모두 북핵 문제로 인한 딜레마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핵 능력을 추구하는 한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6자회담이나 제재조치 등 지금까지의 시도로는 핵을 보유하겠다는 북한의 기본 입장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 북한이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게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캠벨 전 차관보=“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는 것은 중국이 엄청난 압력을 가한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북한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 같다. 핵무기도 원하고, 서방 세계와의 관여정책을 통한 경제적 이득도 원한다. 우린 끊임없이 북한에 하나만 선택하라고 해왔지만 북한은 계속해 두 개 다 하겠다고 하고 있다. 우리는 갈수록 풀기 힘든 수수께끼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또 김정은 정권은 상당히 불확실하다. 최근 북한 내에서 몇 달 동안 공개 처형되거나 축출된 이들은 미국과의 외교를 책임졌던 고위급 관료들이었다. 만약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해도 이제 우리가 누구와 이야기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하=“중국이 과연 북한에 더 큰 압력을 행사할까.”

 

▶캠벨=“중국이 그간 북한에 대해 내는 입장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보디 랭기지’(겉으로 드러낸 대화)가 바뀌었다. 불편한 감정이 드러난다. 하지만 중국의 근본적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또 단기간 내에 이런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한국 정부는 베이징의 친구들과 계속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게 하면 중국이 ‘우리가 잘못된 한국을 선택했구나. 우린 남한과 함께 가야겠구나’ 하고 생각을 바꾸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하=“한·일 사이에 감정적 정치의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한·미·일 3자 관계 측면에 있어서도 이런 딜레마와 부정적 감정을 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캠벨=“이제 (한·일은) 가장 기본적인 대화조차 힘든 국면에 와 있다. 이는 미국에 굉장히 타격을 주는 일이다. 따라서 난 미국이 어렵더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한·일 사이에)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력한 한·미동맹, 미·일동맹을 바탕으로 각각의 양자관계에서 삼자가 함께 공통 이해를 갖고 있는 측면을 찾아내는 식으로 미국이 한·일과 협력해야 한다.”

 

▶하=“중국의 급속한 부상에 일본이 전통적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도움을 받아 경쟁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중국도 아직 국제관계를 관리하는 데 있어 19세기 때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곧 중·일 사이에는 19세기 때처럼 잠재적 분쟁의 요소가 있다는 뜻이다.”

 

▶캠벨=“공식적으로는 중·일 간 관계 악화를 막을 만한 어떤 계기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본 측이 고위급 차원에서 외교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도 이를 원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중국 쪽이 아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이후 다음 정권을 기다리고 있다는 예측들도 나온다. 이건 아마 오랜 시간 뒤가 될 수 있다. 중·일 관계가 더욱 악화하고 아시아에 지속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 직접적인 충돌이 아니라 단순히 이렇게 서로 간에 부정적 견해가 심해지는 것이 가장 큰 우려다.”

 

▶하=“미·중 관계를 장기적으로 한 세대 이후쯤을 전망한다면 그림이 흐릿하다. 중국이 발전을 계속하면서 경제적 불균형 등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가 동아시아의 딜레마들을 풀기 위한 메커니즘을 고안해 내지 못한다면, 21세기의 후반기 절반 기간 동안 미·중 사이에는 좀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다.”

 

▶캠벨=“미·중 관계는 갈수록 어려워지겠지만,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이다. 중국은 내수 소비에 보다 중점을 두는 식으로 경제 발전 모델을 변형시켜야 하지만, 일단 수출 주도형 성장의 유혹에 빠지게 되면 이 구조를 바꾸긴 매우 힘들다. 중국의 성장은 장벽에 부닥칠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미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09/29/15524221.html?cloc=olink%7Carticle%7C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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