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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봉 선생님 초청 말씀
 

2003-01-22 

99년 8월 세미나 기록

 

일시 : 1999년 8월 25일 오후 3시-8시
장소 : 서울대 동원생활관 3층 2회의실
참석 : 노재봉, 하영선, 장인성, 김용직, 김영호, 김석근, 손 열, 신욱희, 안인해
내용 : 노재봉 선생님 초청 말씀

 


 

발제

 

동주 선생으로부터 내려온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함. 이론적 측면을 중심으로 동주 선생이 전파이론을 제기한 이유부터 얘기하겠음. 전파는 문화수용과 이론적으로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 diffusion의 계속성이 지속돈 경우와 강도가 강한 경우와 관련됨. 동주 선생은 조선조에서 서양적 정치체제로 바뀌어 나가면서 식민지 시대를 거쳐왔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민을 시작하였음. 그 문제에 대한 이론적 실마리가 인류학에서 말하는 전파론이었음.

 

인류학에는 크게 전파이론의 3 school이 있음. 첫째는 영국의 학파로, 이집트학에 중심을 두고 고대문화에 대해 접근함. 진화론에 대한 반발로 나왔음. 인간의 정신적 동질성(psychic unity)은 여러 시대에 걸쳐 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봄. 둘재는 독일과 빈을 중심으로 한 학파임. 프리츠와 Graber 등을 중심으로 하여 문화 역사적인 방법을 통해 문화 complex(또는 문화권)을 분석하려 함. 동주와 비슷한 개념임. (예를 들면, 넥타이가 들어오면 넥타이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넥타이와 결부된 양복, 구두, 와이셔츠 등도 들어옴). 셋째는 미국의 언어학자와 인류학자들인데, 실증적인 연구를 주로 함. 동주는 인류학적인 것을 정치학적으로 원용하여 정치 문화의 분석까지 나아가게 됨.

 

'전파'라는 개념의 complex 속에 들어있는 요소들이 이론적으로 중요함.

1) 문화적 속성의 선택의 문제

문화가 옮겨질 때 어떠한 속성이 선택되든지 거부되는지 하는가? 일반적으로 물질적 전파는 빨리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임. 그 내용의 전파는 별개임. software의 전파까지는 상당히 시일이 소요됨. 빗물질적인 것 중의 가장 큰 요소가 종교문화. 거기에는 경전, 행동양식, 의상, 정치체제까지 같이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임. 기존 문화의 강도나 깊이만큼 전파에 오랜 시일이 소요됨. 기존의 것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는 것은 빨리 전파됨. 또한 기존에 불편을 느꼈던 부분에는 전파가 빨리 됨. (예를 들어, 비누와 성냥의 전파는 유럽 등지에서 빨리 이뤄졌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임.) 또한 기존에 표현하는 말이 없었을 경우에는 외국어를 그대로 수용해버릴 정도임. negative selection과 positive selection을 비교해서 보아야 함.

 

2) stimulus diffusion

원칙만 들어오는 경우임. 예를 들면 민주주의의 전파를 들 수 있음. 이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의 측면이 강함. 구체적인 것은 실천을 통해 형성됨.

 

3) diffusion agent의 문제

성직자, 상인, 남녀 등에 따라 전파의 정도가 달라짐. 우리나라의 경우 한자는 주로 남자가 썼음. 반면에 한글을 여자가 주로 썼음. 따라서 토속적 문화는 여성들에 의해 지속되고, 남성은 중화문화를 흡수함. 우리의 근대사에서 전파를 받는 agent는 누구였는가? 왜 새로운 것을 어떤 계층이 받으려고 했는가? 가 중요함. 중요한 agent였던 실학파는 중인들이었고, 당시 정치사회 구조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음. 역관들도 많이 있었음. 지역적으로도 불만 계층의 거주지에서 우선 전파됨. 기독교의 평안도 전파는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음. 음악도 기독교 찬송가를 중심으로 전파됨(김동진 등).

 

4) 전파의 양태와 강도의 문제

저항의 문제가 있음. 저항이 길어지는 경우와 전파가 오래되는 경우가 중첩되는 경우에는 생활과 관계된 문화부분에서는 수용이 이뤄짐(대표적인 예가 불고기판). 전파가 월등히 강하면 그대로 동화되기도 하지만, 열등문화는 저항을 못하고 동화되어버림. 실크로드를 통해 중앙아시아의 문화가 많이 들어왔음. 경주의 석상들은 대부분 외국인을 모델로 했음. 석굴암의 건립도 인도인을 통해 했을 것으로 추정함.

 

5) 의식적인 전파자와 의식적인 피전파자의 문제

의식적인 전파자의 예로는 선교활동을 들 수 있음. 한 손에는 성경, 다른 한 손에는 위스키를 들고 선교를 함. 의식적인 피전파자로는 인도까지 가서 구도활동을 한 승려긍ㄹ 들 수 있고, 현대에 있어서는 유학생이 대표적임. 전파의 중심부에서 멀리 있는 곳이 가장 발전이 처진 것은 역사적 사실임. 미국이 현재의 지위를 누리는 것은 아무것이나 잘 받아들이기 때문임. 따라서 받아들이는 것 자체는 좋다고 봄.

 

6) 이노베이션의 문제

원형 그대로 전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modify됨. 예를 들면, 중국의 한문도 한국적 한자 사용법으로 정착되었고, 아파트의 방에 온돌을 넣는 것도 외국에는 없는 방식임. 또한 있었던 것이 없어지는 경우도 생김.

 

7) 문화권의 경계 문제

복수의 전파자가 있을 때 그 전파자들이 만나서 갈등을 일으키는 곳이 그 한계선임.

 

8) 중심과 주변의 문제

중심에서 멀수록 다른 문화의 전파가 쉬워지고 이노베이션의 기회가 커짐. 그 단적인 예가 일본임. 과거에는 중국-한국-일본의 순이었으나, 현재에는 미국-일본-한국의 순임.

 

9) 전파의 리듬 문제

fashion 부분은 금방 들어옴. 그러나 고급 문화(학문 분야 등)는 15년 정도 소요되는 듯함.

결과적으로 일본이 우리보다 문화수용 능력이 월등하다고 봄. 번역문화를 보면 그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남. 일본은 한자로 바로 번역을 함. 우리는 되지 않음. 우리의 경우에 식민지 시대에 서양문화가 본격적으로 수용되었음. 이광수, 심훈 등의 소설의 주인공은 인텔리인데, 왜 그 소설을 농민소설이라고 칭하는가? 러시아 나로드니크 운동을 수용한 것임.

 

한국의 역사와 전파

한국 고대문화는 샤머니즘이지만 그것을 한국문화라고 칭할 필요가 없음. 왜냐하면 당시는 국경이 없을 때였음. 그 영향은 현재까지 이어짐. 신라 왕관의 장식은 중앙아시아의 까마귀(하늘의 메신저)가 형상화된 것임. 처음으로 다른 문화가 전파된 것이 불교였음. 나중에는 접합되었음. 초기에는 전통문화에 상당한 충격을 가했을 것임(예: 이차돈의 순교). 그렇다면 불교를 어느 층이 받아들였나? 한사군의 설치 이후에는 유교 문화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함. 기독교의 전파는 한국의 근현대의 출발과 연결됨.

김지하와 단군의 부활

단군은 고려의 정당화 이론. 동주의 저항적 민족주의, 전진적 민족주의 개념에 비추어 볼 때, 김지하의 단군은 저항적 민족주의의 수준인가, 아니면 전진적인가, 아니면 전진을 위한 저항인가?

DJ의 문제

일본의 구조조정은 미국보다 15-6년 늦음.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음. 개혁의 청사진조차 없음. 이미 88년 정도에서 시작됐어야 함. 늦어질수록 cost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 개혁을 회피해서는 살 길이 없음.

 

자유토론

 

김용직 교수

외교학과의 학문이 어떤 현실 접합점을 가지는가? 이노베이션을 전파이론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음. 전파이론의 관점에서 IMF의 극복과 개혁의 중요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임.

노재봉 선생

전파를 받을 주체가 문제가 됨. 정치학은 고유 개념이 없는 학문임. 철저한 자각에서 시작된 동주의 전파이론 그것 자체는 이노베이션임. 즉 현실적인 고통 속에서 문제의식이 싹텄음. 전파를 받는 나와 장소의 문제가 주목해서 보면 general theory를 구체적인 case를 통해 만들어내어야 함. 서양정치사상에서는 마키아벨리가 그러한 독보적인 예임. 민주주의는 ~라야 한다는 식의 정언적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음. 그것을 떠나서 얘기할 수 있어야 함. 단군을 내세워 그 바탕 위에 개혁의 처방이 나올 것인가? 그런 현상은 일종의 위기감을 반영하는 것임. 주로 감성적인 차원의 논의라는 느낌을 받음.

 

장인성 교수

수용의 루트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직수입되는 것도 많은 것 같음. 따라서 수용과 변용의 개념 속에서 변용의 능력이 더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헌팅턴 류의 시각은 어떻게 보시는지?

노재봉 선생

현재 한국은 변두리임. 과거의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과연 그렇다면 무엇을 정비해야 변두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가 중요함. 헌팅턴의 시각에 대해서는 신뢰성을 가지지 않음. 차라리 토인비를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임.

 

최정운 교수

기독교인이 자신을 생각하는 것과 전통 유교인이 자신을 생각하는 것의 차이는?

노재봉 선생

한국의 기독교인을 hybrid로 봄. 뭐가 기독교인의 상인가? 전통 한국인에 색칠을 한 것에 지나지 않음. 개인적으로 한국의 제도권 종교는 싫어함. 또한, Marx, 프로이트, 니체를 신화를 깨버린 사람으로 싫어함.

 

최정운 교수

주체의 문제에 대한 접근은 어떻게 해야 할까?

신욱희 교수

전진적 민족주의는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노재봉 선생

전진적 민족주의는 결국 민족을 넘어서야 하는 것임. 동주가 EU를 연구한 이유도 그 때문임. 그러나 우리 생전에는 힘들 것 같음. 그러나 자부심을 가지고 살려면 뭔가를 이노베이트해야 함. 현재의 상황은 한말하고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듦. 이노베이션은 정확한 원칙을 통해야 함. 비교우위를 통한 경쟁력은 이제 통하지 않음. rationalize해야 함.

 

하영선 교수

질문을 정리하면 5가지 정도임.
1) 실천적으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임. 현재 모임의 고민은 계속 19C에 천착해야 하는가임.
2) 전파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음.
3) 향후에는 틀을 조금씩 구성해야 할 필요를 느낌.
4) identity의 형성의 역사적 맥락을 정리한다면? 그런 방식으로 오늘의 시점을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5) innovative diffusion의 맥락에서 개혁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19C의 부국강병과 근대화 등을 보더라도 기본방향은 최소한 공유해야 할 것 같음.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강성대국, 단군, 제2의 건국, 제3의 길 등 제각각임.

노재봉 선생

우리의 경험은 impose된 것임. 따라서 저항의 형태가 강하게 남아있음. 물론 저항양식도 diffused되기도 함. 어떤 길을 택하든지 간에 그것을 할 전제조건이 충족된 것은 아무것도 없음. 즉 사회민주주의를 하든지, 아니면 신자유주의를 하든지 간에 현재 있는 것은 권력의 집중밖에 없음. 전파모임은 주로 엘리트의 반응에 집중되어 있을 것임. 따라서 엘리트의 반은 패턴을 추릴 수 있다면 성과로 볼 수 있을 것임. 현대 한국에서는 아주 분화된 엘리트들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주제가 될 것임. 대표적인 곳이 서울대(또는 대학)인데, 거의 rationalize되어 있지 않음. stimulus diffusion의 예로 들 수 있음. 섣부른 저항보다는 철저히 배워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함.

 

김용직 교수

대중적 차원의 모델은 없을까?

노재봉 선생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듯함. 역으로 창조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겠음. 기회는 부여되어 있는 상태임.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철저하게 받아들이다 보면 합리성이 생길 가능성이 있을 것임. 산업사회는 합리성(계산성)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음. individualism의 전통도 영국과 프랑스에 있어서 차이가 있음. 요리를 하는 경우를 예로 들자면 프랑스는 요리법책만 있으면 된다는 입장인 반면에, 영국은 거기에 경험도 필요하다는 입장임. 결론적으로 보자면 통일을 일단 물 건너간 것으로 생각하고 고려에 넣지 않는 것이 현명할 듯함. 북은 계산에 의해 남한 정부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음. 남한을 상대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길을 추구하고 있음. sense of mission이 없는 것임. 이노베이션은 철저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연결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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