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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이분법적 관점으론 21세기 복잡한 외교안보문제 풀 수 없어
 

조선일보 

2004-11-10 

"이분법적 관점으론 21세기 복잡한 외교안보문제 풀 수 없어"

 

[외교안보포럼 출범] '21C 지구넷' 하영선 회장
40代 소장학자들 주축 전문가 80여명 참여…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지식인 담론 만들것"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가 전통적인 한·미 동맹 관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협력적 자주’로 대변되는 외교 안보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미 촛불 시위와 이라크 파병, 주한미군 감축 등을 둘러싼 논란이 진행되면서 우리 민족의 미래를 좌우할 외교안보 정책이 지나치게 정치화되고 이념화된다는 우려도 높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교안보 정책의 전략성과 순발력이 제한되는 것을 전문가들이 나서서 바로잡아 보자는 학계 모임이 최근 결실을 보았다.


지난달 말 출범한 외교안보 전문 포럼 ‘21세기 지구넷’은 중진학자인 하영선(河英善·57)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를 회장으로, 국제정치학과 정치학·사회학·경제학·북한학·국방학 등 사회과학 여러 분야의 전문가 80여 명이 참여하고 있고, 연령으로는 40대가 주축을 이룬다.

“21세기 한국이 당면한 외교·안보 문제는 보수·진보, 좌·우 같은 20세기의 관점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 이해 관계와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 세계의 흐름에 맞는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기반을 만드는 데 전문가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영선 교수는 이 모임이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조직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21세기 지구넷’의 지향은 독특한 그 이름에 잘 나타난다. “환경운동단체 명칭 같다”는 이름을 굳이 택한 것은 21세기 국제질서가 ‘그물망(넷·Net)’으로 짜여져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국제정치의 현실은 이미 시·공간이 함께 움직이는 4차원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말하는 1차원적 ‘자주’나 2차원적 ‘협력’으로는 풀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현 정부가 내세운 ‘협력적 자주’의 틀로는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없습니다.”


하 교수는 주한미군의 감축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미국은 이미 전 세계의 미군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만들어 자유롭게 운용하는 단계에 접어들었고 주한미군 조정도 그 일환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북한 억제력의 관점에서만 주한미군을 보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의 국제정치적 선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주변 국가들의 상황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하 교수는 “북한은 19세기, 중국은 20세기에 살고 있는 반면 미국과 일본은 이미 21세기에 접어들었다”며 “그 한가운데 위치한 한국은 19세기, 20세기, 21세기를 동시에 품어야 하는 어려운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21세기 지구넷’의 첫째 목표는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지식인 차원의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 하 교수는 이를 위해 우선 북한 핵, 주한미군 조정, 이라크 파병 등 중요 이슈에 대해 깊이 있는 정책보고서를 만들고 국내외 고위 정책결정자들을 초청하여 강연 및 토론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외교안보 문제의 심층 구조를 ‘우리 눈’과 ‘세계적 수준’이라는 두 개의 기준에 충족하는 기초 자료집을 만들어야죠.” 외교안보 문제의 대중화를 위한 교육·출판 프로그램도 곧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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