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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1년] 3. 외교·안보
 

중앙일보 

2004-02-21 

6자회담 '만남의 틀' 갖춘 건 성과
北核 해결 내용선 큰 진전 없어
NSC 독주…효율적 대응 못해


노무현 정부의 지난 한해 동안 외교안보 분야 업무수행에 대해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설문조사에 응한 일반인.전문가의 50% 이상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중에도 전문가의 부정적 평가가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盧대통령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이 분야의 과제로서 북핵문제의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 한.미 동맹 관계의 강화, 남북 경협 및 남북 관계 정상화 등을 차례로 꼽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지난 한해 동안 당면했던 외교안보 분야의 최우선 과제인 북핵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2차 6자회담을 앞두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다른 과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부의 지난 한해 노력에 대한 평가를 보면서 몇가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6자회담이라는 새로운 만남의 형식에 대한 평가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의 형식으로 북한의 당사국 쌍무회담 주장과 미국의 관련국 다자회담은 첨예하게 대립했었다. 2003년에 들어서서 정치지도자의 세대 교체를 이룬 중국의 적극적 중재로 4월에 북한.미국.중국의 3자회담이 개최됐으며, 8월에는 한국.일본.중국을 추가한 제1차 6자회담이 마련됐다.

 

6자회담은 미국의 일관된 다자회담 주장을 중국의 중재로 북한이 받아들임으로써 마련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이뤄질 공간은 없었다. 6자회담의 진행도 북한.미국.중국이 일차적으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북한 스스로가 원하지 않았던 다자회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경로와 과정을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앞으로의 6자회담에서 우리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다.

 

만남의 형식에서 제1차 6자회담이라는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면, 만남의 내용에서는 지난 한해 동안 본격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북한이 '말 대 말'의 첫단계 행동조치로서 핵 동결과 그에 따른 보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미국도 북한의 핵포기에 따른 다자 체제보장 가능성을 검토함으로써 제2차 6자회담의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6자회담의 내용을 평가하고 전망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의 북핵문제에 대한 기본 시각과 행동원칙의 변화 유무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북한은 북핵문제의 해결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전환에서 찾아 왔다. 구체적 방도로서는 '동결 대 보상'이라는 협상의 방도와 핵억지력의 방도를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북핵문제를 과거의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대량살상무기.테러와의 전쟁의 틀에서 다루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고, 검증 가능한 북핵 폐기에 따른 서면 안전보장, 경제 지원, 정치관계 개선을 논의하는 6자회담과 봉쇄와 제재를 다루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현재의 구도로서는 제2차 6자회담에서 일정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합의는 북한과 미국이 각자 이중적으로 해석하는 합의를 넘어서기 어렵다. 6자회담의 실질적 합의가 어려워지면 질수록, 북한의 핵억지력 방도와 미국의 확산안보구상의 악순환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우리 정부는 6자회담의 지나친 낙관론보다는 신중론에 기반해 총체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실질적 성과를 거두려면 관련 당사국들의 이해를 제대로 읽어낼 줄 아는 분석력과 관련 당사국을 모두 충족해낼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 사무차장이 독점적으로 주도하고 있으며, 정부부처 간 정책협의와 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이유를 盧대통령의 리더십과 외교안보정책팀 내의 보혁갈등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 국가 차원의 분석력과 상상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총동원할 수 있도록 NSC를 개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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