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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긴급 대담] 北 서해도발 - 北, NLL문제 美·北대화 초점 삼으려는 듯.
 

조선일보 

2002-07-01 

북한은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가는 시점인 지난달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기습적인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왜, 무엇을 노린 도발인가. 이 같은 북측의 무력도발은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등 한반도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까. 하영선(河英善) 서울대 교수와 허남성(許南성)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이 30일 긴급 대담을 가졌다.


▲허남성=이번 사태는 북한이 사전 의도하에 우리 초계정을 정조준 선제공격한 의도적 도발이다.


월드컵이 사실상 끝난 시점의 선택도 교묘했다.


월드컵이 한창일 때 도발했다면 세계적 비난에 직면했을 것이다.


그들은 또 우리 정부가 문제를 확대하지 않을 것이란 것까지 계산했다.


북한은 이번 무력도발을 통해 NLL을 쟁점으로 부각시키려한 것 같다.


이는 7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미·북대화에서 껄끄러운 테러문제보다 NLL문제를 회담의 초점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물론 목표는 미·북간 평화협정 체결이다.


▲하영선=이번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6·15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99년 연평해전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상자를 낸 해전을 또 겪었다는 점이다.


남북 최고지도자들이 만나 회담까지 했고, 정상회담의 정신에 충실히 따른다면 이 같은 해전은 없어야 한다.


서해교전을 재발시킨 심층원인은 정상회담에 대한 남북간의 해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자주통일’을 위한 고난의 행군 중 한 과정으로 6·15를 본 반면, 남쪽은 한반도 ‘평화’라는 긴 여정의 출발로 생각하고 있다.


시각이 다른데도 이를 깨닫지 못한 대북정책결정 핵심부가 반성해야 한다.


▲허=NLL은 미묘한 지역이다.


북은 NLL이 합의된 선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군사적 활동범위도 넓히고, (꽃게잡이를 통한) 경제적 이득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NLL을 자꾸 침범해 문제를 일으켜왔다.


연평해전 직후 남쪽은 군사적 문제와 비군사적 문제를 분리한다며 비료지원을 해줬다.


그러나 도발이 있으면 경제·외교적으로 잃는 것이 더 많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시적으로라도 금강산 관광이나 대북 민간교류를 중단시켜야 한다.


군사·비군사 분리를 고집하면 군사도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북이 잘못하는데도 시혜를 계속하는 것은 최악수다.


▲하=일부에서는 월드컵을 평화롭게 치른 것도, 한반도에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6·15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


6·15가 평화의 초석이라는 주장에 한계가 있음이 입증됐다.


6·15 체제에 근간을 둔 포용정책을 편다면, 청와대나 통일부·외교부·국방부·국정원 등은 각자의 위치에서 포용정책 현실화에 노력했어야 했다.


국방부는 6·15 정신의 완성을 위해 역으로 북한이 군사적 유혹을 받지 않도록 대비조치를 철저히 해야 했다.


국방부마저 통일부 같은 포용정책을 모색한 것은 6·15 체제 구축이 아니다.


이번 교전의 책임은 남북 정책 결정자에게 공동으로 있다.


▲허=군사적인 문제해결책은 군사신뢰조치를 구축하는 길밖에는 없다.


이는 고도의 정치적인 문제다.


▲하=북한이 이번 사태가 남측에 의해 도발됐다고 주장하는 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고, 사과하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교전으로 보면 안 된다.


포용정책의 득실을 철저히 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포용정책 자체를 버릴 수는 없지만, 현실주의적 포용정책이 돼야 한다.


▲허=정책은 이상이 결여되면 방향감각을 잃고, 현실이 결여되면 알맹이가 없다.


햇볕정책은 한반도에서 더 나은 현실 창조라는 이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더 나은 평화라는 차원에서 보면 얼마나 적절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


▲하=현실주의적 포용정책이란 측면에서 볼 때 민간차원의 교류협력 자체를 중단하는 것은 반대지만 당국자간 대화는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북한은 군사분야는 빼자고 하겠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군사적 신뢰구축, 재발방지라는 군사적 문제가 병행 내지 선행되지 않는 한 당국자간 회담은 어렵다.


현 정부도 남은 기간에 뭔가 하고 떠나겠다는 생각은 접고, 장기대책을 세워야 한다.


포용정책의 한계를 수정할 수 있는 정비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허=‘튼튼한 안보 없이 햇볕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고 했지만, 몇 년간 국방비 투자는 GDP (국내총생산) 대비 3% 이하로 떨어졌다.


▲하=앞으로도 북한은 6·15 정상회담을 자주통일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위협수단의 제한적 사용 등을 배제하지 않는 등 기존 대남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예전처럼 이상주의적 포용정책을 계속 모색한다면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6·15 체제의 진정한 의미를 ‘남북간 갈등이 있어도 군사적 동원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이라고 본다면, 교전사태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


핵심부의 정책구상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가장 큰 변수는 미·북관계다.


특히 2주 뒤 미국 특사의 북한방문을 고려하면 좀 복잡하다.


미·북관계가 북한이나 미국의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 남북관계는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허=북한은 협상을 앞두고 늘 상대방의 예봉을 피하고 물타기하는 수법을 쓴다.


미·북간 문제에서도 북한은 계속해서 (이런 교전 등을 통해) 남쪽을 인질화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하=최근 미국 부시 대통령 등 안보관련 정책결정자들의 연설을 조심스럽게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외교정책에서 테러에 반대하는 동맹국들의 ‘통합’을 강조하면서, 이 울타리를 벗어난 국가에 대해서는 응징을 다짐하고 있다.


‘악(惡)의 축’과 ‘선(善)의 축’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고, 미국 외교정책의 기조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웨스트포인트 연설에서 새로운 적인 대량살상무기 테러집단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협상에 나서라고 종용하고 있고, 북한은 북한대로 벼랑끝 외교로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한 후 외교협상에 임하려는 과거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간에 ‘이중의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향후 1년간 미·북간 문제는 우리에게 대통령선거 이상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수도 있다.


▲허=미·북대화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과 테러리즘 근절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북한이 이를 피하려고 하면 미국이 대화에 불응할 것이기 때문에 상당 기간 미·북간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이다.


▲하=미·북대화가 그렇다고 단절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반미 자주화투쟁을 하기 위해서라도 대미협상은 해야 한다는 정권이다.


다만 북한은 이번 교전사태가 미국 내에서 김 위원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그룹의 입장을 강화시켜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편으로 탈북자 인권이 미 의회에서 문제됐다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왜냐하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다면적 반(反)테러전이 이미 시작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9·11 테러사건 이후 탈탈냉전(post-post cold war) 질서를, 그리고 유럽은 탈냉전(post cold war) 질서를 살고 있다면 우리는 아직도 냉전과 탈냉전 질서를 함께 살고 있다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사태해결의 첫 출발은 우리 정책결정권자들이 추진해온 이상주의적 포용정책의 현실주의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허=이번 교전사태로 얻은 교훈도 있다.


군 당국은 객관적 차원에서 피해규모가 커진 것을 심층분석할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유사사태 발생 때 좀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또 김정일 정권에 대한 이해도 높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환상적 민족주의 하나만 가지고 우리가 원하는 평화의 길을 갈 수 없다.


/정리=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조희천기자 hc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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