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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담] 韓·美 정상회담 - 의미와 한반도 미칠 영향 전망
 

조선일보 

2002-02-21 

20일 열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간의 정상회담 의미를 분석하고, 향후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기 위해 안병준(安秉俊) 전 연세대 교수, 하영선(河英善) 서울대 교수가 대담을 가졌다.


<대담 참석자>
안병준 전연세대교수
하영선 서울대교수


▲하영선=한·미정상회담 결과가 합의의 모양새를 하고 있으나, 4가지 점에서 의문을 갖는다.


첫째, 테러문제와 대량살상무기(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 문제다.


미국의 2단계 대테러전쟁 특징은 ‘WMD 테러’에 대한 대응책의 모색과 준비가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는 ‘WMD와 테러’로 구분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대단히 중요한 차이다.


둘째, 미국에서는 WMD 테러가 주관심이기에 북한이 ‘악의 축’의 한 구성요소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북(對北) 인식에 대한 미묘한 차이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궤도수정을 보인 게 없다.


부시대통령은 기본적인 관(觀)에 있어서는 변화의 의사가 없다.


셋째, 미국은 햇볕정책의 노력을 지지하는 것과 그 결과를 지지하는 것을 분리하고 있다.


햇볕정책의 가시적 성과에 대해서는 북한이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넷째, 대화로 해결하자고 했으나 이상의 세가지가 합의됐을 때, 대화의 속도와 내용이 동일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북의 대응방식에 따라서 작용, 반작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상당히 미묘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외교적 수단과 비외교적 수단의 혼용방식에 대해서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안병준=이번 정상회담은 긍정적인 면이 많이 있다.


우리는 미국이 내거는 범세계적인 반테러투쟁, WMD억제, 지역안정, 인권, 자유신장 등을 지지했고,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 평화, 그리고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것을 지지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양측이 강조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물론 양측의 강조점은 다르다.


미국은 북한 김정일(金正日) 정권을 주민과 분리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다.


반대로 김 대통령은 대화로 통해서 해결한다는 것을 누차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측이 실무자들간의 정책 조정과 의견교환을 철저히 한 것 같다.


김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북정책 재검토가 끝나기 전에 미국에 가서 불협화음이 나온 것에 비하면, 이번 회담은 스타일과 분위기면에서 잘 됐다고 본다.


▲하영선=우리가 미국의 대테러전에 합의했다고 하는데 그 성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 것인지에 대해서 유보적이다.


우리가 가진 대테러전의 관념은 지난해 9·11테러 이후부터의 소위 1단계 대테러전의 것이다.


미국은 지금 2단계 대테러전의 인식을 갖고 있다.


만약 2단계 WMD테러에 대한 대테러전에 전면적으로 동참한다면, 북한이 바로 주적으로 들어온다.


또 대화도 정태적으로 풀려나갈 것이 아니다.


대화가 시작되는 경우 대화를 풀어나가는 수순을 어떻게 잡고, 의제중 어느 것을 주고 받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확실한 편차를 상정할 수밖에 없다.


햇볕평화론적인 시각에서보면 훨씬 많은 인내를 가지고 대응할 수밖에 없으나 2단계 WMD테러에 대응하는 미국의 경우 그 수순이나 진행되는 단계를 축소하는 형태로 문제를 인식할 수밖에 없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내놓는 의제의 질과 양에 대단한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안병준=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극적인 의견 일치를 본 것은 아니다.


다만 양측이 상대방의 의견을 상당히 배려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동맹국가로서, 적어도 공조정신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본다.


악의 축 발언 이후에 국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은데, 미국에서는 이를 불식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미국은 북한을 침범할 의사가 없다, 대화를 통해서 풀겠다고 했다.


미국은 자기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한반도의 긴장고조가 자신의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우리측에서도 미국이 중시하는 반테러투쟁,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 지역안정 문제에 대해서 같은 목적을 공유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미간 우선순위와 방법에 대해서는 분명히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으나 다른 것을 강조하기보다는 공동전략목표를 구축하고, 한·미동맹이 강화돼야 한다고 한 것은 우리 국민을 안심시킨다.


▲하영선=후에 대응은 어떻게 하더라도 현실 인식은 객관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상황을 9·11 테러 이전과 이후로 나눠 봐야할 뿐만 아니라, 9·11 이후도 또 한번 나눠서 봐야 한다.


미국의 2단계 대테러전은 과거의 지역안보, 지구안보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내부의 안보 문제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대테러전에 합의가 이뤄진 것이기를 바란다.


▲안병준= 한·미 양국이 WMD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구체적인 전술에 대해 모든 이견을 해소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양 동맹간의 격의 없는 조정과 협의, 공동전략을 만드는 노력으로 해소될 수 있다.


양국이 신뢰회복을 위해서 진지하게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하영선=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핵심이다.


북·미 협상이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서, 우리와 미국과의 대북정책 공조문제도 영향받는다.


북한은 나름대로 9·11테러 이후의 미국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북·미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단지 북한이 클린턴 행정부때 공동 코뮈니케를 체결했던 수준의 대응책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고, 부시 행정부는 9·11테러사건, WMD테러문제 이후의 인식을 가지고 협상에 나올 경우 난항을 거듭할 가능성이 있다.


난항을 거듭할 수록 한·미간 공조가 어렵다.


▲안병준=북한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적대적 자세를 지양하고, 존경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부시는 그럴 의향이 없다는 것을 이번에 분명히 했다.


북한 지도층에 대한 생각을 바꿀 의향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을 굶주리게 하면서, 그 주민의 생활에 관심을 갖지 않는 정권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화는 재개하더라도, 북한에 대해서 할 이야기는 당당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영선=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나오는 것 자체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북한이 협상 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은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테러지원국으로 계속 남겠다는 것이다.


테이블에 앉은 뒤가 문제이다.


미국이 생각하는 대화의 3대 주제는 WMD 개발과 수출, 핵사찰, 재래식 군비 후방배치 문제이다.


먼저 WMD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개발도 그렇지만 수출이 우선 최대의 현안이다.


그것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은 미국에서 향토방위의 문제이며, 긴 시간을 두고 다툴 사안이 아니다.


클린턴 행정부 때는 현금으로 그 문제를 어느 정도 풀어갈 공간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방식은 택하지 않는다.


핵사찰 문제도 긴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부시 행정부 1기에 다 걸린 문제들이다.


▲안병준=만약 북한이 미국과 대결로 나서면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


미국은 테러문제와 WMD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3자, 특히 중국이 미·북대화 또는 남북대화가 이뤄지도록 건설적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영선=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분명히 볼 수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깨지지 않는 전제로 대테러전을 치러야 한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미국에 설득하는 방식은 아직도 대테러전 이전의 설득방식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할 것이다.


미국의 기본적 생각은 대량파괴무기의 뿌리를 확실하게 뽑지않으면 대혼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기반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에 금이 좀 가더라도 WMD는 과잉되게라도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할 수 있다.


이런 미국의 생각을 고려한다면, 대테러전에 대해서는 적극 대처하되, 그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깨는 결과가 될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을 미국에 인식시키도록 해야 한다.


북한에도 미국의 의도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줄 필요가 있다.


북한이 과거와는 다른 대미(對美) 대남(對南) 정책을 보여줌으로써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유일한 기회라는 것을 권유해야 한다.


▲안병준=북한은 변하지 않았다는 현실에 근거해, 한·미 간 우선 순위의 강조점에 차이가 있다면 그를 인정하고 그 위에 양국간의 공통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자신의 범세계·지역전략과 우리의 대북전략 사이에 차이가 있을 때 자신들의 정책대로 펴 나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은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것이란 사실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 미국정부나 국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미·북관계가 나빠서 남북관계가 나빠진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하영선=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이른바 ‘남남갈등’의 양상까지 나타났다.


그동안 정부, 여의도, 시민사회의 논란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참담한 기분을 가졌다.


19세기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친외세와 반외세의 치열한 싸움 속에 나라를 잃었던 그 역사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가 하는 것에 대한 뼈저린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반외세가 결과적으로 종속을 가져온 사례도 적잖게 보아왔고 바깥세계를 유연하게 활용함으로써 자율성을 확보한 사례도 보아왔다.


바깥을 어떻게 적절히 활용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각계의 전반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안병준=전적으로 동감이다.


미국에 대해 우리가 당당하게 할 얘기는 해야 한다.


그러나 감정을 떠나 이성과 상식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


미국은 우리의 안보를 지켜주는 동맹국이고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며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동반자이다.


편협된 국내정치적 시각에서 미국 혹은 우리의 외교정책을 보고 왜곡하는 것은 지양해야한다.


/정리=허용범기자 heo@chosun.com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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