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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보화와 그물망지식국가
 

2004-03-17 

문명사적 전환: 세계정보화

 

21세기는 문명사적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역사의 주인공, 무대. 연기의 표준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15세기 유럽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서 19세기에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까지 전파된 근대적 삶의 표준은 국민국가라는 주인공들이 부국과 강병의 중심무대에서 벌여 온 국가중심의 치열한 경쟁 활동이다. 이러한 모습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우선, 주인공의 변모를 보자. 20세기말 소련의 해체는 자연스럽게 미국을 유일 초강대국의 위치에 서게 헸다. 양극체제가 단극체제로 바뀐 것이다. 변화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있다. 근대의 단독 주연이었던 국민국가는 21세기 복합 시대의 무대에서는 여전히 주인공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국가의 안과 밖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연기자들과 함께 공연해야 하는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다.

 

국가 밖에는 유엔 및 산하기구와 같은 전통적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지구 기업, 지구 테러조직, 지구 시민사회 조직 등의 지구 주인공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자율성을 높여 가고 있다. 동시에 유럽연합은 단순히 유럽 근대국가들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국가와 지역 국가가 상호 보완하는 복합국가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의 안에는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시민사회 조직의 세계 정치적 역할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정보기술혁명은 사이버 공간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사이버 공간은 디지털 정보에 기반을 둔 집단 상상에 의해 구성된 다양한 그물코(node)들이 끊임없이 상호 작동하는 그물망(network)으로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국가는 과거와 같이 단순히 국가들과의 공식적 관계만을 유지하는 국제 관계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기 어렵게 됐다.

 

21세기 복합시대는 주인공만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대도 바뀌고 있다. 근대 국제정치의 화려한 무대였던 부국과 강병의 경쟁 무대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중심무대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치장을 시작했다. 강병의 군사 무대는, 일국 중심의 생존 극대화를 모색하는 군사 무대가 초래하는 공멸(共滅)이라는 안보의 자기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지구 및 지역의 안보와 사회 및 개인의 안보를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안보 무대로 바뀌고 있다. 부국의 경제무대도 일국 중심의 번영 극대화가 가져오는 공빈(共貧)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지구 및 지역의 번영과 국내 복지를 복합적으로 추구하는 번영무대로 바뀌고 있다.

 

21세기 세계질서의 새로운 무대로서 주목해야 할 것은 지식, 문화, 그리고 환경의 무대다. 정보기술혁명은 21세기 세계질서의 새로운 무대로서 지식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19세기 산업혁명이 경제력의 비중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였다면, 21세기 정보기술혁명은 지식력의 중요성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이고 있다. 한편, 탈냉전과 함께 그 동안 군사와 경제에 밀려 있었던 문화 무대가 부상하기 시작했고, 9.11 테러와 함께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인간 집단은 폭력과 금력의 영향으로 상대방을 따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문화력의 영향으로
마음이 움직여서 상대방을 따르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새로운 무대인 환경 무대는, 근대인들이 경제 성장을 위해 무리하게 파괴한 자연 환경이 역설적으로 인간을 파괴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지구적 협력의 시도와 힘께 주목받고 있다.

 

정보기술혁명의 영향

 

21세기 세계질서의 주인공과 무대의 복합화 과정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정보기술혁명의 영향이다. 첨단 정보기술의 혁명적 발전은 사이버 공간의 새로운 창출을 넘어서서 디지털화 한 정보에 기반을 둔 집단상상으로 무수히 많은 주인공들의 세계무대 등장을 예고하고 있으며, 동시에 주인공들의 힘의 격차를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벌려 놓을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21세기 무대에 선 주인공들은 첨단 정보기술의 도움으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복잡한 그물망을 짜고 있다. 기존의 고리 그물망이나, 허브 그물망과 달리, 안과 밖으로 모두 열려있는 거미줄 그물망을 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거미줄 그물망의 중요한 특징은 다중심, 더 나아가서는 무중심이라는 것이며, 동시에 모든 코들이 서로 연결되어 작동한다는 것이다. 21세기의 주인공들은 첨단 그물망을 끊임없이 유동하면서, 근대적 시간과 공간의 제약성을 넘어서서,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하는(ubiquitous) 새로운 모습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정보기술혁명은 세계질서의 무대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군사 무대에서는 핵전쟁대신에 첨단 정보전쟁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최근 이라크전쟁은 대표적 실례라고 할 수 있다. 근대적 병력이나 무기체제의 동원 없이도 전쟁에 승리할 수 있게 된 것 이다. 경제 무대에서도 지구 첨단 기업이 되려면 지식 경영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전자 상거래의 빠른 성장과 정보 산업의 선도적 역할이 동시에 눈에 뛴다. 정치, 외교도 군사, 경제외교 못지않게 지식정치 및 외교가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정보, 지식력의 기반 없는 군사력, 경제력, 그리고 정치, 외교력은 점점 상상하기 어렵게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정보기술혁명이 가져다 준 무대 변화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무대의 화려한 등장이다.  정보가 우리의 삶에 필요한 대상의 형태를 보여줄 수 있도록 정리한 자료라면, 지식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에 유용한 정보를 말한다. 근대 세계질서의 무대에서는 지식은 군사나 경제 무대의 보조 무대에 머물렀어야 했다. 첨단 정보기술 혁명은 디지털화 한 정보에 기반을 두어서 지식 무대의 무한 확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지식 무대는 근대의 보조 무대에서 21세기의 중심 무대로 성장하여, 다른 모든 무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

 

그물망 지식국가의 등장

 

21세기 역사의 주인공과 무대가 새로운 변화를 겪는 것과 함께, 근대의 주인공인 국민국가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물망 지식국가로의 새로 태어남이다. 국가가 단순히 국가들과의 공식적 쌍무관계나 다자관계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확보하기 어렵다. 21세기 국가는 세계무대의 모든 연기자들이 부지런히 짜고 있는 그물망의 중심에 뛰어 들어야 한다. 국가는 국가 밖의 지구및 지역 연기자들과, 그리고 국가안의 시민사회 및 개인 연기자들과도 촘촘히 그물망을 짜고, 21세기의 홍길동같이 그물망을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동시에 그물망 모든 곳에 존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21세기 국가는 그물망 국가일 뿐만 아니라, 지식국가라야 한다. 부국과 강병의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근대 국민국가는 기본적으로 군사 국가, 경제 국가, 그리고 식민지 국가였다. 21세기에 들어서서, 지식 무대가 양과 질에서 혁명적으로 변화를 보여 줌에 따라, 21세기 국가는 지식 국가에 기반을 둔 안보 국가, 번영 국가, 문화 국가, 환경 국가라야 21세기를 살아남을 수 있다.

 

한반도 그물망 국가

 

19세기에 근대 국민국가 건설에 실패하여 망국의 설움을 뼈저리게 겪었던 한반도가 21세기에 새로운 문명 표준인 그물망 지식국가를 성공적으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21세기 그물망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첫걸음은 한반도 통일이다. 분단국가의 건설은 사실 21세기가 아닌  19세기의 삶의 공간 확보를 위한 첫걸음이다. 그러나 19세기의 뒤늦은 숙제를 풀지 않고 바로 21세기의 숙제를 풀 수 있는 역사의 지름길을 찾기는 어렵다. 그렇기는 하지만, 21세기의 통일론은 더 이상 19세기의 통일론이 돼서는 안 된다. 19세기가 닫힌 통일론의 세기였다면, 21세기의 통일론은 열린 통일론의 세기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물망 통일론의 세기이다. 남과 북이 하나 되는 것(一統)은 안과 밖의 주인공과 모두 통하기 위한 것(全統)이라야 한다. 21세기 그물망 국가의 시각에서 보면, 닫힌 통일은 차라리 열린 분단보다도 못하다.

 

21세기 한반도 그물망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다음으로 친 외세와 반외세를 넘어 선 용외세의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약한 세력이 강한 세력을 그물망으로 엮어서 활용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무대의 변화를 상대적으로 강한 상대방보다도 먼저 읽어 낼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하고,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한 입장에서 챙길 것을 최대한 챙기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전략적 사고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무대의 변화를 먼저 읽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미국이 오만과 일방주의의 유혹을 넘어서서 절제의 미학을 성공적으로 실천 할 수 있다면, 미국은 21세기에도 동아시아 질서를 일본과의 긴밀한 협조아래 주도적으로 조종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부상은 21세기 동아시아 질서 변화의 폭풍의 눈이다. 따라서 21세기 용외세 그물 망짜기는 미, 일 관계를 상대적으로 중시하되 중국을 동시에 품는 복합 그물망외교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상대적 소국인 한반도가 상대적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밖에 있는 유럽연합과 같은 커다란 힘을 그물망 속에 엮어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21세기 한반도 그물망 국가를 위한 동아시아 공간의 활용은 보다 신중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의 동북아 경제중심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유럽이 근대의 노년기를 맞이해서 비로소 유럽연합을 건설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대의 청춘기를 겪고 있는 동아시아는 상당한 기간동안 협력과 함께 갈등의 만남을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닫힌 동아시아의 중심보다는 열린 동아시아 그물 망짜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1세기 한반도 그물망 국가를 위해서 세계화는 필수적이다. 문제는 어떤 세계화냐 하는 것이다. 그 것은 구미 일부에서 논의되는 소박한 의미의 지구화가 돼서는 안 된다. 동시에 단순한 국가 이익의 지구적 확대라는 국제화나 세계 자본주의의 명분론이 돼서도 안 된다.  그 것은 한반도 이익과 지구 이익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한국적 세계화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21세기 한반도 그물망 국가는 동시에 사이버 공간을 그물망으로 엮을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이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 대중화의 길에 들어섬에 따라 사이버 공간은 폭발적 성장을 하고 있다. 불과 10년 사이에 세계 인터넷인구는 6억 명을 넘어 섰다. 2010년이 되 전에 10억 명을 넘어 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에 미국, 유럽,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의 인터넷인구가 대체로 각각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도 중국 인터넷 인구의 증가는  현재 사이버 공간의 모습에 상당한 변화를 주게 될 것이다.  사이버 공간이 현실공간에 비해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는지는 조심스럽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이 국가 그물망의 중요한 부분으로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나라 밖의 그물망 짜기에 못지않게 나라 안의 그물망 짜기가 중요하다. 21세기는 국가 공간의 전성기에서 국가, 사회, 개인 공간의 복합적 공존기로 변모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한반도 그물망 국가는 국내의 다양한 정치, 사회 세력들과 개인까지도 그물망을 쳐서 상이한  이해들을  정책결정 이후가 아닌 이전에 조종함으로써 다양한 세력들의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반도 지식 국가

 

21세기 한반도 그물망 국가는 세계정보화 세기의 중심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동시에 지식 국가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 정치 및 사회 주도세력들이 21세기 역사의 무대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한다.  한반도의 북쪽은 아직도 전형적 19세기 사고의 표현인 강성대국론을 21세기 국가 목표로 삼고 있다. 한편, 한반도의 남쪽은 20세기 사고의 표현인 국민소득 이만불의 동북아 중심을 21세기 초 꿈으로 내걸고 있다. 그리고 21세기 정치 개혁의 기본 방향을 1980년대 잣대인 탈냉전, 탈권위주의. 탈지역주의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21세기 주도 국가들은 근대의 군사 국가, 경제 국가, 민족 국가를 넘어 서서 지식 국가에 기반을 둔 숙의 국가, 안보 국가, 번영 국가, 문화 국가, 환경 국가의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반도가 21세기 주도 국가의 대열에 동참하기위해 가장 어려운 난관은 국내외 정치 무대에서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숙의 정치실현에 있다. 오랫동안 권위주의 정치 현실의 부정적 영향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한국은 자연스럽게 정치 개혁의 최우선 순위를 참여 민주주의에 두어 왔다. 그러나 참여 민주주의는 21세기 선진 정치개혁의 최소한의 필요조건이지, 최대한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경기 참가가 자동적으로 승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보 기술 혁명으로 전자민주주의는 기존의 대의 민주주의를 넘어서서 사이버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열어 가고 있다. 그러나 승리의 관건은 국내외 정치현안에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정치, 사회 세력들이 단순히 참여해서 떼쓰고, 목청높이고, 힘겨루기를 하는데 있지 않다. 사회 구성원들의 삶에 유용한 지식을 기반으로 문제 해결을 숙의하여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해답을 찾아내는 숙의 민주주의의 달성에 있다. 정치 무대의 주연을 맡고 있는 주인공들은 숙의 없는 참여 민주주의는 권위주의에 못지않은 부작용을 우리 사회에 가져다준다는 것을 명심하고, 숙의 있는 참여 민주주의를 21세기 정치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국회는 숙의 민주주의의 전당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그 동안 우리 국회는 국민 전체의 삶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기 보다는 선거구, 지역, 당파의 이해에 몰두하는 사론의 장이었다. 정보 기술 혁명을 최대한 활용하여 숙의 정당에 기반을 둔 숙의 국회를 하루 빨리 구성하는 것이 21세기 정치 개혁의 또 하나의 과제다.  그리고 숙의 민주주의의 진정한 자리 잡음은 시민사회 조직들이 구호와 시위를 넘어서서 지식에 기반을 둔 공론 토론의 장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지식 국가는 더 이상 사후적으로 폭력, 금력, 이념의 갈등 조절에 부심하기 보다는 사전적으로 지식 기반의 정책 형성과 실천으로 갈등 자체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지식 국가는 국내 정치에서 숙의 민주주의를 추진함과 동시에 국제 정치에서 지식 외교를 우선적으로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근대 외교는 군사 외교와 경제 외교, 그리고 이념 외교의 모습을 띄고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정보 기술의 혁명적 발달과 힘께 21세기 외교의 전초전은 지식 외교에서 벌어지고 있다.  세계 정보화 시대의 쌍무 외교, 다자 외교, 또는 지구 외교에서 첫 승부는 상대방 또는 참석자들의 협상 전략을 남들보다 먼저 그리고 정확하게 읽어 내고, 합의 가능한 방안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아날로그 정보 외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외교가  첫 승부에서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으려면 하루 빨리 디지털 지식 외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지식 국가는 정치 무대뿐만 아니라 21세기 국가들의 중심 무대인 안보 무대, 번영 무대,문화 무대, 그리고 환경 무대에서도  디지털 지식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전쟁. 새로운 경제, 새로운 문화, 새로운 환경을 포함한 새로운 무대를 꾸며야 한다,     

 

지식 국가라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외의 지구 지식과 국내의 사회 지식을 모으고, 분석해서 제대로 된 국가 지식을 생산하는 것이다. 우선 지구 지식의 활용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는 분야의 세계지식을 한반도에 제대로 모으기 위해서는, 세계 지식질서의 주인공과 무대를 빠짐없이 관람하고, 필요한 것을 정리해서,  문제 풀이에 활용할 수 있는 지구 수준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정보기술혁명으로 현실 공간의 아날로그 정보에 비해서 사이버 공간의 디지털 정보는 거의 무한대로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사이버 공간에 떠 있는 4천만 개 이상의 웹사이트  정보를 활용해서 우리 문제를 풀어 나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한국 CKO (Chief Knowledge Officer)의 대표가 되어야 하며,  국내의 모든 주요 조직들은 명실상부한 CKO 조직을 활용해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디지털 정보는 축복이자 저주다. CKO는 우선 수많은 지구 정보 중에서 쓰레기와 보석을 가려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지구지식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CKO들이 기존의 아날로그 지식 관리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의 디지털 지식을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본격적으로 우리 문제를 푸는데 활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21세기 한반도 지식 국가는 지구 지식의 활용과 함께 사회 지식의 활용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형식적 지식뿐만 아니라 암묵적 지식을 효율적으로 모두 모아서 제대로 된 사회지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조직 및 구성원들이 지구 수준의 고급 디지털 지식에 항상 용이하게 접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인터넷 사용자 수, 사용시간의 면에서는 세계 정상 그룹의 위치에 있다.  그러나 접속하고 있는 디지털 정보의 질의 면에서 보면,  선진 그룹의 위치에 있지 못하다. 더구나 압도적 다수의 고급 디지털 정보가 영어로 제공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따라서 사회지식을 활용하기 위한 첫 걸음은 우리 네티즌들이 이미 제공되고 있는 고급의 인터넷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에 상응하는 지구 수준의 고급 디지털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 수준의 고급 지식을 기반으로 형성된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조직, 기업, 대학 등이 풀어야 할 문제의 성격에 따라 지적 클러스터로서의 공론의 장을 형성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정부 산하 정책 자문회의들은 정책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보다는 정책홍보에  형식적으로 동원되고 있다. 반면에 새로운 공론의 장은 문제의 성격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회의 주인공들이 정부의 정책 결정이전에 충분히 논의함으로써 사회적 지식 창조에 기여하고, 정책 결정 이후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 갈등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첨단 지식국가는 첨단 지식사회의 기반위에서 가능하다. 사회의 지식수준은 교육기관, 연구소, 기업, 언론방송, 시민사회 단체 등에 의해 형성된다. 그 중에서도 대학의 역할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세계 첨단지식질서의 축약이 세계 대학질서다. 세계 대학질서 구조를 보여 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논문색인(SCI)저널 논문 발표 수를 보면, 미국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의 순서이다. 미국의 논문 발표 수는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논문 발표수를 다 더한 것보다 많다. 한국은 13위의 위치에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첨단 지식 국가들은 지구 지식의 활용 및 주도를 최우선으로 한 다음, 사회 지식의 평준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우리의 최근 교육과 연구 정책은 사회지식의 평준화를 우선으로 하고, 지구 지식의 활용과 주도를 부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현실이 계속된다면, 세계 지식 질서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지식 질서에서도 주인공 역할을 담당하기 어렵다. 첨단 지식 국가를 건설하려면, 현재의 대학 교육 및 연구 정책부터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21세기 세계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문명 표준으로 등장한 그물망 지식 국가의 건설 없이, 한반도가 21세기 세계 질서의 중심 무대에 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19세기 국제 부국강병 화시대의문명 표준이었던 국민 군사경제국가를 제대로 건설하지 못했던 한반도는 20세기 초반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19세기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21세기 한반도의 정치 사회 중심 세력들이 그물망 지식 국가 건설이라는 확고한 비전을 정립하고, 국내외 역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비전을 실천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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