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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R1] 북핵문제와 6자회담 : 평가와 전망
 

2004-06-17 

개요
2002년 10월 제2차 북핵위기가 발발한 이후, 21세기 한반도는 역사의 결정적 갈림길에서 또다시 북핵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중재자로서의 중국, 촉진자로서의 한국, 지원자로서의 일본과 러시아의 다자적 협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 원칙과 북한이 주장하는 ‘동결과 보상의 원칙’은 쉽사리 기본 합의를 마련하기 어려워 협상의 성공가능성은 확신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고, 새로운 문명표준의 역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지 못하면, 21세기 한반도 역사의 미래는 어둡다.


한국은 북핵위기의 전개과정에서 6자회담의 한 당사자로서, 북미간 협상의 촉진자로서 부심하여왔으나, 북핵위기의 타결을 바라는 입장에서 각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냉정하게 계산하고 행동하는 현실적 사고보다는 이상적 사고에 사로잡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왔다. 자신의 입장에 입각한 사고에 치중하여 이익에 입각한 사고에 철저하지 못한 탓이다. 북핵위기의 타결에 한국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각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냉정히 파악함과 동시에,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하여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의 전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동시일괄타결안을 북핵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CVID의 요구에 대해서 주한미군의 검증가능한 철수와 북미평화협정체결 및 관계정상화를 내용으로 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안전담보를 요구하고 있다. 만약 6자회담에서 핵문제가 타결되지 못할 경우, 북한은 군사적 해결을 위한 핵억제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포기와 핵억제력의 지속적 추진이라는 두 가지 대안은 현재로서 모두 성사되기 어려우며, 한반도에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21세기 국가안보전략의 핵심으로 반테러전을 상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와 반테러동맹체제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하고 핵문제를 반(反)대량살상무기 테러전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으며, 단지 핵없는 북한이 아닌 정상국가로 변화된 북한과 교섭을 한다는 강경한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를 6자회담 타결의 목적으로 내세우며 이를 보증하는 북한의 선(先)행동을 회담성사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전략은 6자회담을 추진함과 동시에, 확산안보구상에 기반한 경제제재, 체제변환, 군사제재의 대안을 추진할 준비를 갖추어가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한국이 북핵문제 해결의 3원칙으로 내세운 북핵불용, 평화적 해결, 주도적 역할은 상호모순되기 때문에 동시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다자회담과 확산안보구상의 이중접근에 기반한 미국과 일본의 입장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대북압박이 대안에서 특히 그러하다. 한국이 1, 2차 6자회담에서 제안한 3단계 안은 미국의 CVID 원칙과 북한의 동결원칙의 입장 차이를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북핵문제의 해결이라는 결과보다는 6자회담 진행 과정에 주력하는 과정관리의 입장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장기적, 중기적, 단기적 대안을 생각해 보건대, 장기적으로 한국은 민족적 국제공조를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이라는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의 해결책을 고안해야 한다. 북핵 문제의 21세기적 해결은 단순한 한반도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동북아 공생무대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다. 타자와 우리 민족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동시에 고려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중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북핵문제 자체가 복합적인 만큼, 관련당사국들이 기본적 합의를 이루고 나면, 현재의 6자회담을 보다 복합적으로 발전시키고, 양자, 다자를 결합하여 사안에 따라 적극적으로 운용하여야 할 것이다. 반면, 한국정부는 6자회담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북한과 미국의 전략이 대립하여, 강압외교를 거쳐 결국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때의 결과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 치명적 결과를 6자회담의 당사자들에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21세기적 방식을 추구하는 북한 지도부의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새로운 리더십을 기반으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재확인, 국제원자력위원회 및 핵확산금지조약의 규범준수 등을 실천해야 한다. 미국 및 당사국들은 북한에 대해 다자적인 법적, 경제적, 정치적 담보를 약속하여 북한이 21세기적 해결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합의해야 한다. 한편, 한국정부는 6자회담의 지속을 위하여 협상의 과정을 관리해 나가되, 북미간의 전략적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여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은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여 CVID 용어를 변경할 것과, 한국이 이미 제안한 바 있는 3단계안의 적극적 고려를 미국에 제안하여 일정한 반응을 얻은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CVID 용어 변경을 고려하고, 핵폐기에 관한 기존 입장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관한 미국의 입장과 북핵문제의 처리원칙이 변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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